[줌인]너도나도 수시채용 도입하는데…삼성은 왜 공채를 고수할까

삼성, 5대 기업 중 유일하게 대졸 공채 실시
"1만명 대규모 채용에 공채 방식이 효율적"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비리 개입 가능성 낮아"
  • 등록 2021-03-16 오후 5:01:38

    수정 2021-03-17 오전 9:03:0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가운데 삼성이 공채를 유지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몇 년 새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10대 그룹 절반이 수시채용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삼성도 수시채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15일 상반기 대졸신입 공채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은 오는 22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하고, 4∼5월 중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한다. 이후 5∼6월에 면접을 거쳐 7월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 1957년 첫 공채를 실시한 이후 60년 넘게 이 같은 채용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하반기 그룹 공채를 폐지한 후에도 계열사별 공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수시채용 전환을 선언하는 가운데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이 공채 방식을 고수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래픽= 문승용 기자)


◇다른 기업들은 수시채용 도입하는데 삼성은 왜?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이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채용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실시하는 공채를 통해 연간 1만명가량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삼성은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채용을 줄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직원 수는 2019년 대비 4233명 늘어난 10만9490명이었다. 늘어난 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신입사원이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를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규모다.

이처럼 많은 인력을 채용하려면 특정 기간에 원서를 받아 동일한 시간에 시험을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같이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이 수시채용을 한다면 인사팀은 1년 내내 채용 업무만 해야 할 것”이라며 “공채와 수시채용 모두 장단점이 있겠지만, 대규모 채용에는 공채를 대체할만한 방식이 없다”고 말했다.

공채는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방식이기도 하다. 모든 취업준비생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열려 있다. 청탁 등 인사 비리가 개입할 여지도 없다. 취준생들 사이에선 ‘계층 이동 사다리’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삼성이 개발한 GSAT는 회사가 선호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강력한 도구로 평가받는다.

삼성에서 채용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 전문가는 “삼성은 최적의 툴로 최고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행 채용 제도를 바꿀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온라인 시험 도입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분간 공채 방식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채로 입사해 ‘동기’로 묶인 직원들은 애사심과 유대감이 남다르다. 얼마 전 종영한 KBS2 주말 드라마 ‘오! 삼광빌라’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진기주의 옛 삼성SDS 동기들이 촬영 현장에 ‘밥차’를 지원한 것은 삼성의 끈끈한 동기 문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 공채 폐지 후에는 ‘동기’나 ‘기수’라는 표현은 쓰지 않지만, 공채를 통해 함께 입사한 수천 명의 ‘삼성맨’들의 결속력은 여전히 거대 조직을 굴러가게 만드는 자원이다.

수시채용 확대되자 취업문 좁아질까 우려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그때그때 뽑아 쓰기 위해서다. 이는 과거처럼 예비인력까지 한꺼번에 채용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는 수시채용 확산을 부추겼다. 경영 악화로 인해 필요한 인력 규모가 줄어든 데다 방역 때문에 다수의 인원이 한 곳에 모여 시험을 치르는 방식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500대 기업 채용 관련 설문조사에서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한 응답 기업은 36.4%에 불과했다. 또 “신규 채용 방식으로 수시 채용을 활용하겠다”는 기업은 76.4%였고, 이 중 절반(38.2%)은 “수시 채용만으로 직원을 뽑는다”고 밝혔다.

취준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채용 규모 축소다. 수시채용의 경우 직무 관련 전공이나 경력이 없으면 지원조차 할 기회가 없다. ‘공채 시즌’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어느 기업에서 몇 명을 뽑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재계 관계자는 “수시채용은 1년 내내 취업 기회를 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며 “삼성이 공채 방식을 유지하는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취업 한파 속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