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등 기업부담 커졌는데…다시 등장한 전속고발권 폐지論

[해묵은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②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행정제재·민사소송 강화
"내년 공정거래법 시행보면서 규제책 고민해야"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변화 읽고 대안 내놔야"
  • 등록 2021-07-22 오후 4:44:52

    수정 2021-07-22 오후 7:03:45

공정거래위원회.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가 처음으로 떠오른 건 이명박(MB) 정부 시절 이른바 ‘4대강 담합’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가 관련자들을 고발하지 않으면서다. 이른바 ‘공정위 봐주기’ 의혹이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전가의 보도’처럼 나왔다. 전속고발권만 폐지되면 국내 시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공정거래 이슈는 모두 사라질 것처럼 대선주자들은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핵심 공약으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는 각종 재계 규제안이 담긴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전속고발권 폐지’만은 제외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남소(濫訴·소송 남발) 우려가 크고 검찰의 권한을 지나치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대선주자들이 또다시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있다. 기업의 불법 행위는 형사처벌로 규율해야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득 보단 실이 많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인을 포토라인에 세우고 기소를 해야만 국민이 지지하고, 여러 불법 행위가 정리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경제 사안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며 “여러 경제상황을 고려해서 전문적으로 불법 여부를 가리라고 공정위가 있는데 고발을 적극적으로 안 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기관이 수사, 조사에 나선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했다.

재계는 근본적으로 경제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형사제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해외와 다르게 공정위 관할 법률(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하도급법·대규모유통업법)에는 수많은 형사제재가 담겨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과징금을 토해내야 하는데, 여기에 더해 벌금 내지는 인신구속까지 감안해야 하는 건 과할 수밖에 없다.

전속고발권이 유지되긴 했지만, 지난해 통과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기업의 불법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추가적인 규제도 상당히 담겨 있어 규제 작동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법률에는 △담합 과징금 10→20% 상향 조정 △담합 손해배상 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 도입 △정보교환 행위도 담합으로 추정 등 각종 규제가 담겨 있다. 전속고발권은 유지되면서 형사처벌 강도는 강화되지 않았지만 불법행위를 한 기업에 대한 금전적 제재 부담은 가중된 셈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일단 개정 법률 시행을 보면서 추가 규제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과거에 거론됐던 법집행 방안을 다시 거론하는 건 문제”라며 “최근 도입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각국마다 산업 육성책·규제방안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우리도 국내 시장에 국한해 기업 ‘옥죄기’ 방안만 고민하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황 고려대 법률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각국 산업을 보호하는 분위기”라며 “대선주자들이 산업 전반의 변화의 흐름을 읽고 큰 틀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과거에 논의됐던 사안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전속고발권이란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직접 고발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게 한 제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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