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으로 과로사를 적용하는 것이 중대재해 예방효과는 떨어지고 고소·고발만 남발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의견수렴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사진=한국노총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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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의견수렴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만성중독질환이나 과로사 등을 산재보상을 넘어 형사처벌로 규율하려면 이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고의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건은 산재보상에 종종 문제되는 인과관계 인정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지난달 9일 정부는 구체적인 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재해 기준과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을 명시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의견수렴 과정은 오는 23일까지로 이후 중대재해법 내년도 시행을 위한 법체계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법명에서 알려주듯 중대재해발생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을 처벌하는 법률”이라며 “따라서 사고뿐만 아니라 직업성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백한 고의와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동계는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법 시행령에서 적용대상인 직업성 질병으로 급성중독 등 24개 항목을 규정하고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을 제외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과로가 주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산업현장에 만연한 과로를 방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 교수는 “설혹 위와 같은 직업성 질병을 목록에 포함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실무상 어렵다”며 “기소가 되더라도 형사재판절차가 산재소송절차보다 더 장기화되면서 가습기 살군제 사건과 같은 형태의 인과관계 논쟁이 주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중대재해로 처벌하는 경우는 극히 적으면서 고소·고발만 남발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 교수는 “감독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받고 제재를 받았음에도 경영책임자가 고의적으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동종의 방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가벌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며 “향후 이에 대한 보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