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벨기에 정보당국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유럽 물류 허브를 감시해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물류 허브를 통해 스파이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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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국가안보국(VSSE)은 리에주 화물 공항에 위치한 알리바바의 물류 허브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이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스파이 활동 및 방해 활동’을 탐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리에주 물류 허브는 알리바바의 유럽 내 유일한 물류 허브로, 2018년 알리바바와 벨기에 정부 간 협약에 따라 1억유로를 투자해 구축됐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유럽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운영은 알리바바 자회사인 차이냐오가 맡고 있으며, 운영을 시작한지는 거의 2년이 다 돼간다.
VSSE는 알리바바가 민감한 경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스파이 활동에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법률에서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당국 및 정보기관과 공유토록 강제하고 있어서다. 특히 벨기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곳이어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가 크다. VSSE는 “(벨기에에) 알리바바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면서 “중국은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알리바바가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할 의도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소프트웨어가 유럽 내 물류 공급망을 파악하고,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등을 살피는 데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브뤼셀 자유대학의 조나단 홀슬래그 교수는 “소비 패턴의 중요한 변화 및 물류망에 대한 지식은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중국에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와 중국 정부와의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도 물류 허브를 통해 수집된 현지 분위기나 유럽 무역·물류 관련 데이터가 중국 당국에 보고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리바바 측은 “어떠한 불법적인 일도 한 적이 없다”며 스파이 활동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차이냐오는 EU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을 언급하며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는 우리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우리는 GDPR을 포함한 모든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