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연인을 살해한 20대 남성을 지난 6일 긴급체포했다. 이 남성은 범행 당일 오후 5시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의 옥상에서 여자친구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상점에서 흉기를 미리 구매하고 피해자를 불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살해 장소는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장소로부터 불과 500m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지난달 22일에는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에게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힌 26세 김레아씨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김씨는 평소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이별을 거부했다. 피해자는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지난 3월 어머니와 함께 김씨의 경기 화성시 자택에 찾아갔다가 변을 당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이별을 통보받은 30대 남성이 연인과 다툰 뒤 폭행 신고에 분노해 보복살인을 벌이기도 했다.
교제폭력 신고와 가해자 검거 수가 증가했음에도 구속 수사율은 감소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2019년 9823명에서 2022년 1만2828명으로 30.6% 증가했지만 이 기간 전체 피의자 중 구속된 비율은 4.8%(474명)에서 1.7%(214명)로 줄었다.
|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에 적극 대응해 사회적 경각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금 형법은 폭행과 상해 등을 처벌하고 있지만 교제폭력에서 가장 큰 맹점은 반의사불벌죄가 인정된다는 점이다”며 “일반폭력과 달리 교제폭력은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라 신고하기 어렵고 사적으로 합의하면 된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재범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범죄에 대해선 반의사불벌죄를 금지하는 등 교제폭력 처벌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돼도 피해자의 합의나 처벌불원의사가 양형 사유에 반영되기 때문에 2차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 “구속영장 심사 때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나 재범의 위험성을 더 고려하고 사건의 전체 맥락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