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술이 '당뇨치료 방법'도 바꾸고 있다

국제 당뇨병학회서 인정받은 인슐린펌프 치료 시스템
스마트 기술 접목된 당뇨 치료법, 당뇨 환자의 삶의 질 높여
  • 등록 2019-10-14 오후 4:23:20

    수정 2019-10-14 오후 4:23:20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최근 30년간 국내 당뇨병 발생률이 8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3배 정도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기존의 당뇨 치료방법으로는 당뇨 인구가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늘어난 당뇨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이에 의료 선진국들에서는 최근 당뇨 치료 방법을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 약물 위주의 소극적인 치료 방법에서 인슐린펌프와 같은 최신 IT기술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 방법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당뇨병학회가 지침한 ‘2019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당뇨병 기술(Diabetes Technology, 7장)의 독립적 구성’이다. 당뇨병 치료 의료기기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로, 인슐린 펌프, 연속혈당 측정기 사용 등 각각에 대해 권고문을 새로 만들어 놓았다.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제55회 2019 유럽당뇨병학회(EASD: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Diabetes)에서 ‘당뇨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디지털 앱’ 심포지엄을 통해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인공췌장치료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심포지엄을 이끈 독일 베를린 대학교의 카타리나 브라우네(Dr. Katarina Braune) 박사는 1형 당뇨환자 1,058 명을 대상으로한 인공췌장 치료 시스템(Open APS) 프로젝트 데이터와 치료사례를 발표했다.

그 결과 Open APS를 사용한 환자들의 당화혈색소가 기준선에서 -0.83% 향상됐으며, 소아 당뇨환자의 경우에는 기준치 보다 16% 향상됐다(64.2%에서 80.7%). 또한 수면의 질 개선이 APS의 주요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10살 소녀의 부모는 “우리는 과거에 딸의 혈당을 수동으로 검사하기 위해 오후 11시, 오전 2시, 오전 5시에 반드시 일어나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밤새 잠을 잘 잔다”며 인공췌장 치료 시스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당뇨치료법은 당뇨환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큰 역할을 했다. 브라우네 박사는 “현재의 스마트 기술의 수준은 당뇨를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환자들의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 디지털 장치 개발을 위해 의료 기기 회사 및 정책 입안자와 같은 여러 당사자를 포함한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췌장 시스템을 사용하는 당뇨환자들은 기본적으로 혈당을 체크 할 때 손 끝을 바늘로 찌르는 스트레스가 없다. 또한 화장실에 숨어서 불편하게 인슐린 주사를 맞는 일도 없다. 심지어 이 모든 과정들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정상인과 같은 혈당관리가 현실화됐다.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인공췌장 치료 시스템의 중심에는 인슐린펌프가 있다. 인슐린펌프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분비를 정상인과 동일한 패턴으로 분비 시켜주는 인공췌장기의 역할을 한다.

초소형 인슐린펌프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최수봉 건국대병원 명예교수는 “인슐린펌프와 IT기술의 발전으로 당뇨를 정복할 날이 머지 않았다. 40년 전 인슐린펌프를 처음 개발할 당시에 목표로하던 치료방법이 이제 현실이 됐다. 앞으로 인류에게 있어서 당뇨는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수봉 교수가 개발한 인슐린펌프를 생산하는 수일개발은 최근 영국 캠브릿지대학교 당뇨병 대사 연구소장 로먼 호보르카(R. Hovorka)박사와 ‘인공췌장 치료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캠브릿지대 대사 연구소는 오래전부터 당뇨병 및 관련 질병이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갖고 인슐린펌프를 활용한 연구를 해왔으며, 다양한 개체군에서 인공 췌장 알고리즘을 개발해 임상 연구를 해왔다.

최수봉 명예교수는 “당뇨환우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치료방법이 있다면 바뀌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국내 의료환경 및 수준의 변화가 조금 더디기는 하지만 이미 변화의 바람은 시작됐다. 앞으로 당뇨 환우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인슐린펌프를 활용한 적극적인 치료와 학술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당뇨 환자들은 인슐린펌프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필요한 양 만큼의 인슐린을 체내에 분비해 일반인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그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당뇨치료의 실상은 조금 느린 걸음이다.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2형 당뇨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비율이 3분의 1 정도에 밖에 되질 않는다. 이에 보다 적극적인 당뇨치료가 시행된다면 당뇨 환자의 행복지수도 향상 될수 있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최수봉 건국대병원 명예교수(오른쪽)가 영국 캠브릿지대 대사연구소 로먼 호보르카 교수와 당뇨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 위한 공동 연구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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