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뼈와 관절의 퇴행성 질환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중년 이후의 여성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의 ‘2020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농사일로 발생하는 질병의 84.6%는 근골격계 질환인데, 남성에 비해 골밀도가 낮은 여성의 유병률이 높다. 부위별로는 허리(47.3%)와 무릎(27.3%)이 74.6%를 차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장시간 노동, 반복적인 동작, 불편한 자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 꼬부랑 굽은 허리, 척추관 협착증 악화
장시간 허리를 구부려 반복적으로 일하다 생길 수 있는 허리 질환은 척추관 협착증이다. 사람의 척추 뒤쪽에는 검지 마디만 한 빈 공간이 있는데, 이것을 척추관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척추 주변의 뼈와 인대가 점차 두꺼워지면서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게 된다. 척추의 신경을 누르게 되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에도 영향을 미쳐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저리고 당기면서 힘이 빠지는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농업에 종사하는 어르신들이 흔히 겪는 고질병이 바로 척추관 협착증이다. 허리를 숙이거나 웅크린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경우가 빈번한 농사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척추 주변 인대가 더 두꺼워지고 단단하게 변성된다. 허리를 펴거나 걸을 때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쉬는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 노화로 인해 협착이 진행된 상태라면 직업적으로 농사일을 하지 않더라도 텃밭이나 야산에서 장시간 일하거나 나물을 캘 때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오래 걷거나 무리했을 때 통증이 나타나다가 쉬면 괜찮아지는 정도라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이때는 스트레칭, 자전거 타기 등을 꾸준히 해 주면 척추관이 더 이상 좁아지는 것을 막고 통증도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심해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걷기 힘들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상생활에 지장이나 보행 장애가 심한데도 방치하면 마비까지 올 수도 있다. 척추관을 압박하는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척추관을 넓혀주는 다양한 치료가 있다.
◇ 쪼그린 자세 피해야, 무릎 건강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 일하거나,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밭일의 경우 무릎에 하중이 집중돼 무릎 연골을 닳고 상하게 한다. 무릎 연골은 관절을 보호하고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부모 세대는 잦은 관절 사용으로 인해 무릎 연골이 닳고 노화된 경우가 많으므로, 지속적으로 소리가 나고 통증이 계속된다면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다.
힘찬병원 정형외과 김태현 원장은 “노화가 진행되면 연골 기질의 변화가 나타나 두께가 얇아지고 탄력을 잃어 작은 충격에도 손상된다”라며 “연골이 약해진 상태에서 쪼그려 앉아 하는 작업은 연골 마모를 가속화시켜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시킨다”라고 말했다.
하루 종일 통증이 지속되는 것이 아닌 경우 무릎 연골을 손상시키는 요인들을 줄여주고, 하체 근육을 강화시켜 무릎 관절 부담을 줄여주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야외에서 장시간 쪼그려 앉아 일을 해야 할 경우에는 방석 의자와 같은 보조 기구를 사용하고 무거운 물건은 되도록 운반 장비를 활용하여 허리와 무릎에 무게가 더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작업 중에는 수시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휴식해 주고 평소 허리와 무릎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