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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4월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1억 5448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이 기간 수출액은 총 181억 1772만 달러로 전년 동기(89억 8362만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01.6% 급증했다. 이처럼 수출 물량보다 수출액 증가폭이 훨씬 큰 것은 석유제품 수출단가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3월과 4월만 놓고 비교해도 수출액 증가세가 뚜렷하다. 국내 정유사들은 3월에 4039만 4000배럴을 수출해 51억 4943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4월에는 3월보다 적은 3920만 9000배럴을 수출했지만, 벌어들인 돈은 53억 288만달러로 더 많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공 행진하는 국제유가를 따라 석유제품 수출단가도 크게 올랐다”며 “특히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로 원유 공급에는 차질이 생겼지만, 석유제품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어 단가 상승을 지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경윳값 급등은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 재고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두드러졌다. 경유 수출 단가는 올해 1월 배럴당 96.69달러에서 2월 108달러→3월 135달러→4월 148달러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올해 평균 수출 단가는 배럴당 122.9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68.98달러)과 비교하면 78.2% 늘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럽은 2019년 기준 전체 육상 운송용 연료 판매량의 약 4분의 3이 경유(디젤)이고, 40% 이상의 승용차가 경유 차량일 정도로 경유 의존도가 높다”며 “특히 경유 수입 절반 이상을 러시아산에 의존했는데 국제사회의 제재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 경유 가격도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비주류’ 유종 취급을 받아왔던 벙커C유와 윤활유는 수출물량이 늘며 입지가 커졌다. 선박 연료로 주로 쓰이는 벙커C유는 화물을 실어나를 선박이 부족할 정도로 해운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전년 대비 208.9% 급증한 405만 6000배럴을 수출했다. 각종 기계장치에 사용하며 ‘경기회복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윤활유는 875만 3000배럴을 수출하며 전년 대비 66.7% 늘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발(發) 원유 공급 차질 속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와 미국의 에너지 성수기를 맞아 타이트한 석유 수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수출 호조 지속도 기대해볼만 하지만 변수는 국제유가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에서는 언제든 수요가 위축할 수 있어 수출단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국제유가와 석유 수요 추이를 살피면서 생산량 조정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