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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를 등록한 카드 기기 수가 서비스 개시 하루 만에 100만건을 넘어섰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애플페이 등록 건수 관련 소식을 전했다. 그는 “2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애플페이 토큰 발행이 100만명을 넘었다”며 “애플팀은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의미와 기준은 천천히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큰은 신용카드를 애플페이 기기에 등록할 때 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발행하는 번호다. 예컨대 현대카드 사용자가 아이폰과 애플워치에 각각 등록하면 2개의 토큰이 생기는 식이다.
카드업계는 “하루만에 100만이라는 숫자는 예상보다 큰 수치”라며 “카드업계 MS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퍼스트무버(선도자) 효과’에 더해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한카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근 카드업계 2위권에 해당하는 KB국민·삼성카드와도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시장 점유율 4위던 현대카드는 4분기에 KB국민카드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카드사 시장 점유율(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은 신한카드(19.6%), 삼성카드(17.8%), 현대카드(16.0%), KB국민카드(15.4%) 순이었다. 장기간 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카드의 점유율과 3위인 현대카드 점유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이 기간 카드업계 ‘톱4’ 중 점유율이 상승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까지 애플페이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은 15%, 일평균 총 거래금액은 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NFC 단말기 보급 문제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원수 증가가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초 현대카드 신규 발급 체크카드가 3만장 늘었다고 하는데, 이중 어림잡아 1만명 정도는 애플페이 효과로 인한 순증가로 본다”고 말했다.
애플의 ‘유료 정책’이 다른 페이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카드사로부터 결제액의 0.15%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애플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면 현재 무료인 삼성페이도 유료화로 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카드사들에게는 이 부분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카드사 한 임원은 “공식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없지만 삼성 측에서도 유료화 정책 도입을 검토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며 “삼성페이의 오프라인 점유율이 커서 수수료를 내게 되면 비용적 측면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두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있다. 애플페이의 시장 장악력이 점점 더 커질 경우 조금이라도 빨리 서비스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애플페이 셈법엔 ‘수수료 문제’와 ‘단말기 보급 수준’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반응이 뜨거운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수수료 문제와 단말기 보급 수준 등을 고려해 향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