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만 보면 여지없는 ‘학교 앞 카페에서 만난 새내기들의 미팅’ 장면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이런 만남마저 온라인 속 비대면 세상으로 옮겨갔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과 ‘미팅’을 합친, 이른바 ‘줌팅’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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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누리지 못한 대학생들이 새로운 만남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과거 한자리에 모여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미팅과 소개팅 등을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즐긴다. 독서, 미술 등 취미나 자기계발 이야기를 비대면 방식으로 나누는 대학가 모임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숭실대는 지난해 교내 학생기자단 기획으로 두 차례 온라인 방식의 줌팅을 개최했다. 이들이 기획한 줌팅은 남녀가 수를 맞춰 3대3 또는 4대4로 모여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기존 미팅과 크게 차이는 없다. 다만, 참가자들에게 모든 이성과 일대일로 대화할 기회를 주는 등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방식을 도입해 줌팅의 특성을 살렸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답답해하던 학생들은 줌팅을 개최한다는 소식에 열띤 반응을 보였다. 처음엔 당시 새내기이던 20학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첫 줌팅 영상이 공개된 이후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지면서 두 번째 줌팅은 학부생 전체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이때 모집 인원은 8명이었지만, 참여를 신청한 학생은 100명이 넘었다.
참가자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줌팅에 참가한 A(22)씨는 “대학에 가면 미팅이나 소개팅을 한다는 로망(낭만)이 있는데 미팅은 꿈도 못 꾸고, 학교조차 못 가서 답답했다”며 “동기들도 못 만나는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게 재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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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하는 날엔 한 명당 15~20분씩 총 네 명과 대화를 한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를 고려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참가자들은 “평소 소개팅하는 비용보다 돈을 크게 안 써도 돼서 좋았다”, “집에서 편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아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일상적인 취미 모임 역시 요즘엔 비대면 방식이 주를 이룬다. 독서 등 소모임에 참여하는 신지우(22)씨는 “처음엔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보다 표현 등에 있어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다 보니 ‘왜 진작에 하지 않았지?’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며 “서로 편안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표현했다.
다만, 일각에선 비대면 만남 문화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온라인 특성상 사칭을 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제시하는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대면 모임 참가자 B씨는 “기존 미팅이나 소개팅은 주선자가 지인이어서 어느 정도 신뢰가 있지만, 아예 낯선 사람을 만나는 온라인 미팅·소개팅에선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몰라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