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전기차 주요 부품인 배터리 생산비용이 줄면서 전기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하락이 저가 배터리 시장 경쟁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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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코미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킬로그램(kg)당 285.5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평균(kg당 465.51위안) 대비 약 39% 내린 수준이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kg당 60위안 정도였던 탄산리튬 가격은 그해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가파르게 오르던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11일 kg당 581.50위안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최근까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탄산리튬은 저가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원료로 중국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미국과 호주 등에서 중국 광물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자원개발이 시행되면서 공급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전기차 구매력이 떨어진 점도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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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가격이 하락하면 배터리 제조 원가도 하락한다. 단, 원가 하락이 배터리 회사의 이익으로 반영되기보다는 배터리를 핵심 부품으로 쓰는 전기차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회사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저가 배터리 시장 경쟁을 앞당기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2021년 초부터 시작된 리튬 가격 상승은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이제 반대로 작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셀 업체들은 원가 개선에 따른 수혜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가격 하락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회사들의 LFP 배터리 개발은 저가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중국 업체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복안이자 ‘투트랙 전략’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SK온은 오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원계 배터리에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뺀 ‘코발트 프리’(Co-Free) 배터리도 공개한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중국 난징 공장 일부를 LFP 생산라인을 전환하고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들어설 제2공장에 신규 LFP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SDI(006400)도 효율을 높인 저가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저가와 한국의 고가 시장으로 양분화됐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를 시작으로 전기차 확산과 대중화를 위해 중저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배터리 회사들도 값비싼 삼원계 배터리만을 고집할 수는 없게 됐다”며 “배터리 저가 경쟁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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