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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복에 에너지 수요 급등…화석연료 투자 줄어 공급은 ‘뚝’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브라질, 영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에너지 부족 현상은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인 반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그만큼 늘리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석유, 석탄 및 천연가스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과 맞물리며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1’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약 9600만배럴로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에너지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투자를 대폭 줄인 탓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태드 에너지에 따르면 셰일오일·가스를 제외한 원유·가스 탐사 지출은 2010∼2015년 연평균 1000억달러에서(약 118조원) 원유 가격이 폭락한 이후 연평균 500억달러로 급감했다. IEA도 올해 전 세계 원유·가스 산업 투자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약 26% 감소한 356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미 셰일오일·가스 업체들이 앞다퉈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탄소배출 감축 추세와 맞물려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중소업체들이 개발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셰일업체들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대주주들은 유전 개발 투자를 줄이는 대신 현금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국제사회는 탄소배출 감축 합의에 따라 신재생·청정 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부 보조금 및 다양한 정책들에 힘입어 신재생 에너지가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가 에너지원으로서는 1885년 이후 134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보다 더 많이 소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그쳤다.
이에 따라 기존 화석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풍력, 수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이상기후 발생으로 예상했던 공급량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해상 풍속이 이례적으로 감속해 풍력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3개월 동안 3배가량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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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이행 과정에서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필요한 수순이지만, 그만큼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기후변화 목표까지 달성하려면 신재생 에너지 투자 규모를 올해 1조1000억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간 3조400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IEA는 “세계는 미래 에너지 수요 충족을 위해 충분히 투자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전환 관련 지출이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증가하는 에너지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엔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며 이 경우 “앞으로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즉 투자 불균형이 현재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신재생 에너지로는 기존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기 힘들어 에너지 대란이 지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많은 국가들은 신재생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것 외에도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수요의 약 60%가 운송에 쓰이고 있는 만큼 차량에 필요한 연료를 줄이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정작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가 확산하려면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