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한때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 주범에서 효자로 변신한 두산밥캣이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사수에 나선다. 두산밥캣은 글로벌 건설 장비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29일 두산밥캣은 올 1분기 매출액 18억300만달러, 영업이익 2억4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4%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15.3%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13.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원화로 따지면 매출액은 0.4% 감소한 2조3946억원, 영업이익은 12% 감소한 3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다소 실적이 뒷걸음질 친 이유로는 글로벌 시황 악화가 꼽힌다. 두산밥캣은 미니굴착기, 로더(상하차 건설장비), 콤팩트 트랙터 등 소형 건설장비를 주력으로 만드는 회사로 북미에서 주로 영업활동을 펼친다.
| 두산밥캣 인터마트 전시 부스 전경.(사진=두산밥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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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두산밥캣 전체 매출에서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었다. 이 때문에 북미지역 건설경기와 실적이 연동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1조3899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이유도 북미 건설경기 호황이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사회간접자본(인프라)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데 따른 영향이다.
다만 최근에는 시장 수요가 둔화 추세가 감지된다. 올 1분기 미국의 건설지출과 산업생산 지표는 양호한 추이를 나타냈으나 주택시장은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북미시장 만큼 크진 않지만 유럽의 경제 심리지표와 건설지표가 모두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유럽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두산밥캣과 함께 국내 건설장비 3사로 꼽히는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 역시 올 1분기 전년 대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1분기 영업이익은 9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2%나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HD현대건설기계의 영업이익은 33% 줄어든 536억원으로 집계됐다.
두산밥캣은 영업이익이 다소 줄더라도 시장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영업이익이 15.3% 큰 폭으로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매출 감소를 4.4%로 제한한 것도 이 같은 전략 덕분이다. 두산밥캣은 “매출액은 전년도 높았던 기저에도 불구하고 소폭 감소했다”며 “영업이익은 재료비 및 물류비 하락에도 프로모션 비용 증가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의 실적은 그룹 전체적으로 봐도 중요하다. 지난해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436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영업이익 중 무려 97%가 두산밥캣에서 발생했다. 사실상 두산밥캣에 그룹 전체 실적이 좌지우지 되는 셈이다.
두산밥캣은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922억원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