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12세 소녀...한국서 소중한 오른쪽 귀 얻어

강남세브란스병원, 우즈베키스탄 소녀에 귀 선물
  • 등록 2014-07-24 오후 5:03:12

    수정 2014-07-24 오후 5:03:1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또렷한 쌍꺼풀에 귀여운 미소를 지녔으며 영어과목을 좋아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즐긴다는 12세 우즈베키스탄 소녀 무하밭 후다이베르게노바(Khudaybergenova Muxabbat 이하 무하밭).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온 소녀의 오른쪽 귀는 항상 머리카락 속에 감춰져있었고, 가족과 무하밭 자신에겐 가슴에 올라앉은 커다란 돌덩이 같은 존재로 12년 동안 따라다녔다.

무하밭의 오른쪽 귀는 태어날 때부터 귓바퀴와 귓구멍이 발육되지 않고 귀가 흔적만 남아있는 ‘선천성 소이증’을 보이고 있다. 귓구멍이 뚫리지 않았지만 속귀의 구조물 보존 상태가 좋기에 소리가 뼈를 통해 전도되어 어느 정도는 들을 수 있다곤 하지만 어린 소녀의 마음에 남들과 달리 자라지 못한 오른쪽 귀는 결코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존재’로 남아 있었다.

무하밭이 어렸을 때 우즈베키스탄의 병원을 찾았으나 당장 해줄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 찾아오라는 이야기만 들었으며,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상 정기적 검사를 받고 수술에 대한 계획을 세울 여력조차 없이 무하밭의 오른쪽 귀는 머리카락에 가려 점점 잊혀져가고 있었다.

절망에 빠진 무하밭에게 반가운 단비처럼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해 여름, 우즈베키스탄의 카라칼팍스탄 누스크 지역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던 박진석성형외과 ‘박진석 원장’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진료를 받게 된 것.

박 원장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선천성 소이증’을 치료하기 쉽지 않음을 알고 한국으로의 이송을 생각했으며, 해당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지닌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에게 소녀를 연결해줬다.

12년을 이어온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았지만, 대한민국을 찾아 수술을 받는 과정은 너무나 길고 어려웠다. 우즈베키스탄 호젤리시의 국립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홀로 무하밭을 포함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 나지굴(Ataniyazova Nazigul)씨의 한 달 수입은 고작 미화 145달러 수준. 변변한 집도 없어 언니 집을 함께 사용하는 형편인지라 선뜻 한국에서의 수술과 치료를 결정할 수 없어, 하루하루 가슴만 태우며 지내고 있었다.

무하밭 소녀의 오른귀를 책임지기로 약속한 윤인식 교수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였다. 백방으로 방안을 살피던 윤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의 도움으로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나눔의료사업’에 무하밭 소녀의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5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내친 김에 윤 교수는 병원측에 무하밭 소녀의 수술 및 치료비 지원을 요청하여 ‘강남세브란스병원 1% 나눔기금’의 도움을 받아 무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도 마련했다. 이병석 병원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인류를 질병으로 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사명의식을 발현하는 좋은 기회라 판단하여 흔쾌히 무하밭 소녀의 치료에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2013년 9월부터 서류를 만들고 하루하루 손꼽아 한국으로 떠날 날만 기다리던 모녀는 기쁜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았고 마침내 지난 7월 4일, 부푼 희망을 품고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윤인식 교수는 무하밭 소녀의 오른 귀를 다시금 찬찬히 살피고 왼쪽 귀의 모양을 뜨는 등 수술 계획을 점검했으며, MRI와 청력검사 등 최종 검사도 면밀하게 시행했다. 지난 7일. 드디어 무하밭에게 예쁜 귀를 선사하기 위한 수술이 시작됐다. 오전 8시부터 시작 된 수술은 오후 4시까지 8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어머니 나지굴씨는 수술실 앞에서 기도를 하며 성공적인 수술을 기원했다.

윤 교수팀은 소녀의 갈비뼈 연골을 이용해 귀 형태를 만들고 이를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원래 ‘선천성 소이증’ 수술은 갈비뼈 연골 귀 형태를 1차로 삽입하고 약 6개월간 여유를 둔 후, 붙인 귀의 뒷면을 들어올려 정상적인 귀의 각도를 세워주는 2차 수술로 구성된다. 하지만 무하밭 소녀의 형편상 두 번 한국을 방문하기 쉽지 않기에 윤 교수팀은 한 번에 정상적인 귀 형태를 만들어 주고자 노력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3주 후. 다시 찾은 무하밭 소녀의 병실에는 어머니 나지굴씨와 함께 피워내는 웃음꽃이 그치지 않았다.

나지굴씨는 “정상인과 다름없는 귀 형태를 갖게 되어 너무너무 행복하다. 수술 후 예상보다 회복이 훨씬 빨랐으며, 통증도 없어 대만족한다. 역시 대한민국의 의료기술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하며 “한국으로 오기까지 너무나 ‘힘든 길’의 연속이었는데,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이어져 무사히 여기까지 이어져왔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고대하던 대한민국에서 수술을 받고 나니 행복하기 그지없고 엄마로서 딸에게 무언가 해준 것 같다는 마음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도착해 수술 받기 전만해도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처지를 아쉬워하던 무하밭은 이제야 비로소 평소 텔레비전에서만 접했던 대한민국에 와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고 했다.

수술 전만 해도 ‘의사가 되어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고 싶어요’라고 막연한 미래 희망을 밝히던 무하밭은 수술 후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바로 ‘소아과 의사’가 되어 어린이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치료해주고 싶다는 것.

예쁜 귀를 갖게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무하밭은 “8월 27일이 생일이다. 원래 생각하지 않았던 계획인데, 예쁜 귀를 갖게 되면 친구들을 불러 축하파티를 하고 싶다”고 열두 살 소녀다운 계획을 말했다.

윤인식 교수는 “어린 소녀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힘써주신 보건사업진흥원과 병원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면서 “처음엔 힘든 표정을 짓던 무하밭이 수술 후 활짝 웃음 짓는 모습을 보면서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 내후년 즈음엔 우즈베키스탄 현지로 건너가 만들어준 귀의 모양을 조금 다듬는 2차 수술을 시행 할 계획을 같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무하밭 소녀는 24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마련한 ‘환송회’ 행사를 치렀으며, 25일 기쁜 마음을 가득 안고 고향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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