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퀄컴 등 CEO, 바이든에 편지…美정부·산업계 '명운' 걸고 새 판 짠다

인텔·퀄컴·마이크론 CEO, 바이든 대통령에 편지
바이든, 1일 2조달러 초대형 인프라 건설투자로 화답
韓, 투자 규모 빠진 '전력반도체 확충 방안'
업계 "미진하다는 생각…대응책·지원방향 기대"
  • 등록 2021-04-05 오후 4:18:04

    수정 2021-04-05 오후 4:18:04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미국 정부와 반도체 산업계가 합심해 반도체에 국가의 명운(命運)을 걸고 적극적으로 새판짜기에 나선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중 사이의 대외환경 변화와 우리 정부의 발표를 살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2월 11일 인텔,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21개 CEO들이 공동 서명으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도체 제조 및 연구 우선 순위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사진=SIA)
SIA“과감할 때” 편지…바이든, 2조 달러 초대형 계획으로 화답

5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인텔, 퀄컴, 마이크론, AMD,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최고경영자(CEO)들은 SIA 이사회 공동 서명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과감한 행동이 필요할 때”라며 편지로 호소했다. 이 편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조 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건설투자 계획을 발표하기 한 달 앞서 보내졌다.

그들은 편지에 “세계 컴퓨터 칩 제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990년 37%에서 12%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며 “글로벌 경쟁 업체의 정부가 새로운 반도체 제조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상당한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제공하는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른 기업들은 R&D(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렸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새로운 팹 건설에 대한 투자 유치에 경쟁력이 없다”며 “반도체 제조, 보조금, 세금 공제 형태, 기본 및 응용 반도체 연구를 위한 인센티브에 상당한 자금 복구와 인프라 계획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산업계의 목소리에 응답해 2조 달러이상의 인프라 건설 투자 중 반도체 분야에만 500억 달러(약 56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발맞춰 인텔은 공장 신설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발표하고 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 가능성 등을 꺼내놓고 있다. 실제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 직후 “바이든 행정부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도 했다.

SIA는 같은 날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 보고서를 내고 오는 7일 세미나를 개최해 구체적인 안건에 대해 산학계가 대담을 나누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전기차용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사진=연합뉴스)
투자 규모빠진 ‘반도체 확충 방안’…업계 “대응책·지원방향 주시”

한국 정부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날, 제7차 혁신성장 빅3 후진회의를 통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 및 생산역량 확충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2025년까지 차세대 전력반도체 상용화 제품을 5개 이상 개발하고 양산 가능한 6~8인치 파운드리 인프라를 국내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DB하이텍(000990)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자체적으로 사태 파악에 나서며 미·중 관계와 정부 발표에 주시하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업에서 요즘 국내 정부 지원이 해외 사례에 비해서는 미진하다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며 “과거 세계무역기구(WTO)규정 등으로 공정 경쟁하자고 했던 미국, 유럽이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책이나 지원방향을 확실히 언급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증설 투자를 독려하면 국내 기업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만 투자를 결정할 수 없는 산업인데 미국이든, 중국이든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더 많아졌다”며 “반도체 패권다툼이 심해질수록 우리 정부에서도 기술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 오히려 일반 기업 투자에 제약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백악관 안보·경제 관련 고위 관리들은 오는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반도체·자동차 기업 대표들과 만난다. 초청의 표면적 배경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논의지만 자국 기업으로 유치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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