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베트남으로 나뉜 애플 공급망…"제품가격 인상 우려"

애플 상위 10개 공급업체 중 6곳이 인도·베트남 위치
10년간 인도 공급업체 0개→14개, 베트남도 4배 급증
미중 갈등 심화 및 디커플링 따른 대응이지만
새 공급망 구축비용 늘어…"제품가격·인플레에 압력"
  • 등록 2023-08-28 오후 5:21:28

    수정 2023-08-28 오후 5:56:2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에 집중됐던 애플의 공급망이 미중 갈등으로 인도·베트남 등으로 확산하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새로운 지역에서 물류망이나 인프라 등 제대로 된 체계를 구축하려면 수년 간 꾸준히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AFP)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상위 10개 공급업체 가운데 6곳이 베트남 또는 인도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에는 2012년까지만 해도 애플 공급업체가 전무했으나 지난해엔 14곳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베트남에서 애플 제품을 조립하는 기업이 4배 급증했다.

애플은 매년 아이폰, 맥북 및 기타 기기를 조립·생산하는 ‘주요 공급업체’를 지정한다. 지난해 기준으론 총 188곳이 이름을 올렸다. 애플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지만, 조립은 주요 공급업체에서 진행된다.

블룸버그는 “애플 제조 파트너사 가운데 80% 가량은 여전히 중국에 몰려 있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한 이후 공급망이 쪼개지고 있다. 중국 역시 애플 공급망의 필수 지역으로 남겠지만, 공급망 분열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최대 수혜국은 인도와 베트남으로, 인도에선 곧 출시되는 최신 기종인 ‘아이폰15’도 사상 처음 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덕분에 생겨났던 수백만개의 일자리도 중국에서 인도와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베트남의 전자 산업 종사자는 지난해 6월 기준 130만명으로 2013년 대비 4배 증가했다. 인도 전자 산업에서도 2018년 이후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100만개 늘었다.

애플이 이처럼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등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데 따른 대응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출 비용에 따른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베트남과 인도는 중국과 비교해 인프라는 물론, 노동력 가용성, 일반 공급망 전문 지식 등의 측면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이들 국가의 공급망 생태계를 중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건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새로운 물류망 구축이나 신규 인력 육성 등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인도의 경우 중국에서 숙련된 관리 인력을 데려와 신규 공장 설립에 투입하려 해도 장애에 직면한다. 중국과 국경지역에서 군사적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가 중국인에 대한 비자 승인을 지연 또는 제한할 수 있어서다. ‘칩 워’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도시 규모 단위의 시설을 대체하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제품 가격 상승, 나아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스티븐 쳉 애널리스트는 “공급망 이전으로 높아진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애플 제품의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전부 반영되진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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