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위험업종 이유' 화재보험료 500% 인상…기업에 부담 떠넘기기

화재사고 증가로 일반보험 손해율 20%P 확대
해외 재보험시장 위축되면서 요율도 높아져
코로나에 경영난 기업들 보험료 인상에 시름 깊어져
  • 등록 2021-04-15 오후 6:20:04

    수정 2021-04-15 오후 11:14:50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는 중견기업 A사는 최근 화재보험료 인상 안내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존에 1억원 수준으로 내던 보험료가 갑자기 5억원으로 무려 5배가 올랐기 때문이다. 몇 년간 화재 사고도 없었는데도 보험료가 크게 오른 것에 당황한 A사는 보험사에 이유를 물었다. 보험사는 폐기물 소각이라는 사업의 특성상 위험업종에 속하고, 재보험 요율이 오르면서 ‘어쩔 수 없는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체 B사도 최근 보험사로부터 약 70% 가까운 보험료 인상을 통보받았다. 최근 몇 년간 사고가 없다며 보험료 할인까지 제공 받았으나, 갑작스레 올해 보험료가 오른 것이다. 보험사는 최근 물류창고 등의 사고가 많아지면서 관련 업종에 대한 보험료가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B사는 대형 물류창고를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난해 잇따른 공장 화재…보험료 인상 빌미

손해보험사들이 실손의료·자동차보험에 이어 이제 화재보험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국내외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손해율이 악화 됐고, 국내 보험을 인수하는 해외 재보험사들이 요율을 올려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보험료 인상 부담을 떠안게 된 기업들은 당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경영이 악화한 상황에서 보험료까지 인상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손해보험사들은 기업들이 가입한 화재보험료 인상을 추진 중이다. 위험업종을 좀 더 세분화하거나, 노후 된 시설을 체크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등 인수기준을 높이는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화재사고가 늘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사들은 2년 전부터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에 대한 적자폭이 커지자, 일반보험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일반보험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을 제외한 상품을 말하는데,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낮고 보험료 규모가 커 단기 수익에도 이득이 된다. 하지만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지난해말 기준 화재보험 손해율은 82.7%로 전년 동기(64.3%) 대비 18.4%포인트 올랐다.

해외 재난·사고 빈발에 재보험시장도 위축

하지만 손해율보다 보험시장 내부 문제를 기업들에게 과도하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들어 재보험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보험사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에게 이를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보통 국내 보험사들은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보험을 받아 재보험사에 또 보험을 든다. 한 번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금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또다시 보험을 드는 것이다.

이때 기업들이 가입하는 보험사는 대부분 해외 재보험사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해외 재보험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전 세계적으로 화재나 허리케인 등 재난이 많았고, 코로나19로 유동성 확보가 되지 않으면서 파산하는 재보험사가 나오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때문에 우량 물건, 즉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보험만 재보험에 가입시키고 이외에는 보험료를 높이거나, 인수를 거절하는 사례가 나오게 됐다.

보험료 폭탄을 맞은 기업들은 속이 타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됐는데, 보험료가 오르면서 경영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전년에 비해 500% 보험료 인상 통보를 받은 A기업 관계자는“지난 몇 년간 사고가 없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다가 올해 갑자기 5배가 올라 난감한 상태”라며 “보험료로 당장 수억원의 현금을 납부해야 하는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동인수제도 이달 27일 시행…기업부담 여전

현재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공장을 갖고 있거나, 큰 건물을 보유한 기업들은 보통 의무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공장의 경우 3000㎡ 이상이면 의무가입 대상이다. 보험사는 원칙적으론 기업의 보험가입을 거절해서는 안되지만 손해율이나 재보험 부담을 이유로 가입을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보험료와 인수거절 등으로 보험가입이 어려운 사례들이 나오면서, 최근 정부에서는 특수건물에 대한 보험가입 활성화를 위해 공동인수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보험사 혼자 단독인수가 어려운 특수건물에 대해 보험사 여럿이서 공동인수를 해 위험을 분산하는 제도는 이달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수건물을 포함해 위험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장은 보험사에서도 보험인수를 기피한다”면서 “정부가 공동인수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보험료가 내려간다는 개념보다는 거절 물건을 받는 수준이라 기업 입장에서 비용부담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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