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을 맞아 노동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 ‘노회찬의 유산’을 이어가라고 촉구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지난 2017년 4월, 일터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업과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공무원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내용의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 위험업무의 도급을 금지하는 ‘김용균법’이 시행된 지난 1월 오후 서울 시내의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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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입법발의 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기업은 살인을 저질러도 고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간다”며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21대 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법발의에는 김용균재단, 416연대 등 62개 단체 3744명이 참여했다.
단체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얻은 질병 혹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루 7명 꼴이다.
이들은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사업주에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아들 용균이는 원·하청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구조적 살인을 당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는 원청과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혐의가 없다고 하고 하청의 말단 직원들만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넘어갔다”며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책임은 기업이 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 28일 오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 단체가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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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펜션 산사태 희생자 유가족 최영도씨도 참여해 안전문제에 소홀한 공무원 처벌을 주장했다. 최씨의 딸 고 최민하씨는 지난 2011년 7월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머문 펜션이 산사태로 매몰돼 숨졌다.
최씨는 “당시 춘천시장의 방해로 진상조사위원회가 해체돼 유가족들이 직접 산을 수없이 올라다니며 산사태 원인을 파악했다”며 “산사태가 일어나기 전 세 차례나 산림청에서 위험 경고 문자를 공무원에게 보낸 것을 확인했지만 이들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1999년도에도 똑같이 산사태가 일어난 자리에 지자체는 민박집 허가를 해 줬다”며 “산사태 원인은 국토교통부에도, 강원도에도 있었지만 저희는 어떤 책임도 묻지 못했다. 공무원들이 안전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1대 총선에서 ‘수퍼 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에도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확보한 180석은 국민들이 예쁘다고 준 게 아니라 약속을 지킬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가장 우선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