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거세게 몰아붙이자 일단 굴복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비판을 받아왔던 낮은 법인세(12.5%)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업을 끌어들일 당근도 새로 제시했다. 이런 전략이 통한다면 아일랜드로서는 더블아이리시를 포기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내년부터 아일랜드에 등록하는 법인은 ‘더블 아이리시’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등록했던 기업들은 2020년까지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는 아일랜드의 독특한 세법구조를 활용한 절세방식이다. 더블 아이리시는 다국적기업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해외 총괄법인을 만들어 자회사 로열티라는 형태로 자금을 이동시킨 후 다시 한번 버뮤다 등 조세 회피처(tax haven)로 옮겨 세금을 최소화한다. 그동안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대형제약회사들이 이 수법을 주로 활용해왔다.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빈약한 아일랜드는 1990년대부터 조세체계상의 이점을 이용해 유명 다국적 기업들을 집중 유치했다.
이 같은 소식에 아일랜드 정치권과 경제계가 들끓었다. 애플에 대한 아일랜드 정부의 밀어주기가 너무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비합리적 조세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아일랜드가 국제사회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대신 유럽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인 12.5% 법인세율은 건드리지 않을 방침이다.
더블 아이리시가 폐지된다고 해서 미국 기업들이 아일랜드 법인을 당장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명목법인세율이 낮고 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는 글로벌 기업 1100 곳이 법인을 두고 있다. 이 곳에서만 16만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은 미국 기업이다. 아일랜드가 낮은 세율로 외국기업을 붙들어 놓는다면 실질 조세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에드워드 클라인버드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아일랜드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납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행태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