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코퍼, ‘권역장 제도’ 신설…정몽혁 회장 ‘성장’ 가속페달

지난해 'NEST 제도' 도입…해외법인 결속 강화
해외지사 서로 경쟁서 협업 구조로 시너지 노려
"경제 지형 변화에 대응해 살아남기 위한 제도"
30일 해외 전 주재원 100여명과 경영전략회의
  • 등록 2023-01-04 오후 4:11:21

    수정 2023-01-04 오후 7:35:15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서울만이 아니라 해외 모든 권역이 본사가 돼야 한다.” 종합상사 현대코퍼레이션이 ‘권역장 제도’를 신설했다. 그동안 현대코퍼레이션의 해외 법인들은 서로가 경쟁하며 각자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이를 주요 권역별로 뭉치고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정몽혁 회장의 구상이다. 회사는 올해 이 제도를 활성화해 해외 지사 간 협업과 공조를 강화하고 현지에 맞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은 지난해 연말 임직원들에게 배포한 신년사에서 “지역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으로 마련된 ‘NEST(혁신둥지)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아랫줄 왼쪽에서 다섯 번 째)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열린 종무식에서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코퍼레이션)
권역 나눠 전 세계 지역화·블록화에 대응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은 지난해 NEST 제도를 신설하고 각 권역장 지휘하에 모든 지사가 협업하는 체계를 갖췄다. 기존에는 한 지역에 있는 여러 개의 법인이 서로 경쟁하고 수익도 각자 가져갔다. 지점별로 실적이 따로 잡힌 탓이다. 하지만 세계가 지역화, 블록화되면서 이 같은 경쟁 체제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정 회장은 판단했다. 과거 권역장 제도 시행을 검토한 적은 있지만 실제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용 권역은 동서남아와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독립국가연합(CIS)·아중동·일본까지 확대했다. 정 회장은 “NEST는 한번 실험적으로 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제도가 아니라 경제 지형 변화에 대응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정착시켜야만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 권역이 하나 된 소속감을 갖고 지점 간 협업과 공조를 통해 역내 현지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현지 실정에 맞는 자생력 있는 신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면서 서울만이 본사가 아니라 해외 모든 권역이 본사가 되는 모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해외 지사 역량 결집에 나선 것은 호실적 속에서도 올해 글로벌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올해 좋은 성적이 나왔기 때문에 내년 성적표가 상대적으로 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위기와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지역화, 블록화로 각자도생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H 전략’으로 홀로서기 6년 만에 ‘최대 실적’

실제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3분기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후 6년 만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세분화해 이익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3H 석세스 믹스(success mix)’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2018년 기존 주력 사업인 트레이딩(중개무역·H1)과 전·후방 연계 사업(H2), 신사업(H3) 등 3단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분했다. 종합상사 본업인 트레이딩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실적은 ‘캐시카우’인 H1에서 낸 수익을 기반으로 H2, H3를 발굴해 또 다른 H1을 창출하겠다는 선순환 시스템이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올해 세부 경영 계획은 이달 말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달 30일부터 2월 1일까지 3일간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해외 전 주재원과 본사 팀장 등 약 100여명과 함께 글로벌 스트래티지 컨퍼런스(GSC·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새해 경영 계획 수립에 나선다.

정 회장은 “그동안 추진해 왔던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서 더 나아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혁신’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차곡차곡 성공 사례와 데이터를 축적해 데이터로 움직이는 경영 시스템과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사진=현대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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