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성욱 교수, 보들레르 '악의 꽃' 초판본 기증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초판본 기증
고려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국 불문학의 자긍심"
  • 등록 2018-11-21 오후 12:17:53

    수정 2018-11-21 오후 12:17:53

고(故) 강성욱 불문과 교수가 고려대에 기증한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초판본. (사진=고려대)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 초판본을 고려대 도서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고려대는 지난 2005년 타계한 고(故) 강성욱 불문과 교수가 시집 ‘악의 꽃’ 초판본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했다고 21일 밝혔다. ‘악의 꽃’은 보들레르의 대표작이자 유일한 시집이다.

‘악의 꽃’은 1857년 처음 출간됐지만 동성애 등을 다뤄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후 보들레르는 시 6편을 삭제하고 ‘악의 꽃’을 재출간할 수 있었다.

보들레르 사후 새로운 판본이 나오기도 했지만 학계에서는 재출간된 출판본을 정본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욱 교수는 이 초판본을 1974년 프랑스에서 구입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강성욱 교수는 초판본을 귀하게 여겨 해외도서전시회 개최를 위해 ‘악의 꽃’ 초판본 반출을 요구하는 일본 불문학자들의 요구도 거절했다고 한다.

초판본은 강성욱 교수의 제자인 고(故) 황현산 교수가 보관해오다 지난 3월 고려대 도서관에 전달했다.

강성욱 교수는 ‘악의 꽃’ 외에도 불문학 관련 장서 1만 8000여 권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고려대는 이 가운데 보들레르 관련 자료 1500여 점을 ‘강성욱 보들레르 특수 컬렉션’으로 별도 보관하고 있다.

강성욱 교수는 1966년부터 1996년까지 고려대 불문학과에서 재직하며 현대 프랑스 시 연구의 기틀을 정립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일흔의 나이에도 제자들에게 “요즘 하루 8시간밖에 공부를 못 한다”고 안타까워한 일화는 유명하다.

고려대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악의 꽃’ 초판본이 고려대에 둥지를 마련하게 됐다”며 “이 초판본은 한국 불문학연구의 자긍심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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