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수사, 방산비리로 시작해 분식회계·채용비리로 막내려

검찰, 수사 3개월 만에 하성용 등 관계자 12명 기소
'방산비리 척결'로 시작해 분식회계·채용비리로 종결
수리온 전력화·KAI 朴정권 로비의혹 등 규명 안 돼
핵심 피의자 소재불명·부사장 자살 등 오점도 남아
  • 등록 2017-10-11 오후 3:03:40

    수정 2017-10-11 오후 7:50:25

검찰이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등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각종 경영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하성용 전 사장을 11일 구속 기소했다. 사진은 하 전 대표가 지난 9월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3개월간 진행된 국내 최대 방위사업 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하성용(66·구속) 전 사장을 몸통으로 한 개별기업 비리로 사실상 마무리했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방위사업 개혁 의지에 발맞춰 이번 수사를 통해 방위비리 척결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지만 5000억원대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등 혐의를 확인했을 뿐 당시 정·관계 및 군과 KAI 유착 의혹 등은 규명하지 못했다.

하 전 사장이 박근혜 정권 유력인사들에게 사장 연임 및 무기 수주 등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풀릴 지도 미지수다.

“하성용, 실적과시로 공기업 사유화 의도”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 11일 주식회사외부감사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업무방행, 뇌물공여 등 혐의로 하 전 사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KAI 전·현직 임직원 9명과 사천시 국장, 협력업체 대표 등 11명도 함께 기소(2명 구속·9명 불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핵심 혐의는 대규모 분식회계다. 하 전 사장은 201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라크 공군 공항 건설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사업 진행율이 아닌 선급금을 매출로 인식, 재무제표에 선반영하는 수법으로 매출 5358억원과 당기순이익 465억원을 과대계상한 혐의를 받는다.

군수산업과 조선업 등 수주 산업이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받으면 사업 진행율에 따라 각 해의 매출액과 이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부풀린 실적을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6514억원을 대출받고 6000억원대의 회사채와 1조 9400억원대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도 있다. KAI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국가가 일정 이윤을 보장해줘 실적을 과대포장해야 할 이유가 적다.

나 “하 전 사장이 경영실적을 과시해 자신의 위상을 강화함으로서 공적기업을 사유화하려는 사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 전 사장 재임시절인 2013년 5월부터 지난 7월까지 KAI는 매년 사상최대 매출실적을 경신했다.

하 전 사장은 이와 함께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단장과 사천시 국장, 보도전문채널 부국장(친박계 무소속 의원 동생) 등의 부정청탁을 받고 서류조작 등 방법으로 부적격자 15명을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시킨 혐의가 있다. 검찰은 KAI가 언론과 관내 관청, 군 등과의 우호적인 관계유지를 통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이러한 취업특혜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하 전 사장은 또한 △환율조작과 허위 산용카드 전표를 이용해 20억원 상당의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측근인 협력업체 대표에게 다른 협력업체를 세우게 해 이 회사 지분을 차명보유한 혐의도 있다.

이와 별개로 공모 구매본부장 등은 2011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KAI가 경공격기 FA-50에 대해 부품원가를 부풀려 방위사업청에 공급해 129억원의 부당 이득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KAI의 이러한 원가 부풀리기는 2013년 5월 하 전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리온 전력화 강행·朴 정권 로비 의혹 규명 안 돼

감사원의 수사의뢰 등으로 출발한 KAI 수사는 당초 수백억원대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함께 제품결함 논란이 끊이지 않은 국산헬기 ‘수리온’에 대한 무리한 전력화 의혹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

감사원은 수리온에서 엔진결빙 문제와 기체설계 하자가 발견됐고 비행성능 인증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방사청이 전력화를 강행한 것에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다며 지난 7월 장명진(65) 당시 방사청장 등 3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당시 방사청은 수리온의 양산 및 전력화가 모두 완료되면 추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KAI의 입장을 수용키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 업계 등에선 수리온 전력화 강행 의혹에 당시 박근혜 정부의 입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면서 검찰의 칼 끝이 결국 전 정권 인사를 향하게 될 거란 전망이 줄곧 제기됐다. 여기에 하 전 사장이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한 것도 정·관계 로비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하 전 사장 기소에도 불구하고 방산비리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선 명확한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그동안 본사 및 협력업체 5곳에 대한 3차례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고 KAI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을 줄소환했다.

이용일 부장검사는 “방사청 관련 수사는 진행 중이다. 개별 무기체계에 대한 수사는 계속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KAI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선 추가로 수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수사가 미진한 부분도 있다. KAI 비자금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손승범 전 인사팀 차장은 공개수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도피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아직도 소재파악에 진척이 없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하 전 사장 구속 이전까지 KAI 전현직 임원과 협력회사 대표 등 5명에게 총 6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단 2건만 발부받아 신병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KAI 해외사업을 총괄하던 김인식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이번 발표는 중간수사 결과로 향후 수사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KAI의 FA-50 제작현장 모습(사진 = KAI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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