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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타트업인 스캐터랩은 지난해 12월 AI ‘이루다’를 서비스했다. 이루다는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이지만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중단됐다. 이루다가 서비스 이용자들과의 대화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당시 이루다는 대화 도중 ‘지하철역 임산부석’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그 단어는 혐오스럽다”며 “듣기 싫으니까 말하지말라”고 반응했다.
이루다가 논란이 된 발언을 내뱉은 이유는 ‘딥러닝’ 기술 탓이다. 딥러닝은 AI가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는 기술이다. 이루다가 실제 사람들의 대화 정보를 토대로 학습하면서 사회적 편견·혐오도 함께 받아들인 셈이다.
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루다 사태와 같은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AI 개발 단계부터 인문학·윤리학적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이 재직 중인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는 지난 2017년 문을 열었다. 인문학 관점에서 AI 개발을 연구하기 위해 세워진 연구소다. 이 소장은 여기서 AI가 학습할 데이터에 인문학·윤리학 분야의 개념을 접목하는 과정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이 소장은 “AI의 지능이 고도화될수록 인문학적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이루다의 혐오 표현 같은 AI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며 “AI가 인간에 대한 다양성을 이해하고, 사람의 행동·상황을 맥락에 맞게 이해하도록 인문학·윤리학적 데이터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크게 ‘약인공지능(Weak AI)’과 ‘강인공지능(Strong AI)’으로 나뉜다. 약인공지능은 AI 로봇청소기처럼 한 가지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강인공지능은 인간만큼의 인지기능이나 학습능력을 갖춘 AI다.
AI가 초기 개발 단계에서 인문학적 학습을 하려면 기술 개발자와 인문학자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에는 현재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뿐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자 등 약 50명이 AI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문학과 인공지능의 융합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장은 “AI를 개발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며 인문학자와 AI 개발자가 함께 연구에 참여해야 융합 연구가 된다”며 “개발자가 인문학을 단기에 공부해 이를 적용하는 것은 진정한 융합연구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인문학이 AI 개발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문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문학도 인간성을 구현한 AI와 공존하게 될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철학과 같이 과거·현재를 설명하는 인문학의 역할에서 앞으로는 미래 예측에 도움을 주는 학문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