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한국 혁신기업, 사우디로 끌고와달라"

[K-건설, 다시 해외로]원팀코리아, 사우디서 4박6일 수주활동
네옴, 비서구권 첫 한국서 설명회…해외 건설인 특공 부활·소득공제 확대 추진
  • 등록 2022-11-10 오후 2:00:00

    수정 2022-11-10 오후 2:00:00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 혼자 오는 건 어렵지만 여러 기업이 그룹을 만들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계약이 성사될 것이란 확신은 없지만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 계동경 대표는 9일(현지시간) 사우디 방문 성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국토교통부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원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22개 한국 기업과 함께 4일부터 엿새 동안 사우디 시장 문을 두드렸다.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그는 사우디 교통물류부 등 정부 부처 고위관계자와 현지 기업을 면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기업들이 ‘제2의 해외건설 붐’을 일으키기 위해 연합군을 꾸렸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건설업과 ICT 등 규모와 업종을 막론한 ‘원팀코리아’에 철옹성 같던 사우디 시장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네옴 CEO “코리아 퍼스트!”

이날 주 사우디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혁신기업, 미래에 대한 야심을 가진 기업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그들을 끌고 와달라”는 사우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원 장관은 원팀 코리아 소속 기업을 이끌고 사우디 정부 부처와 주요 발주처 수장들과 잇달아 방문했다. 우리 기업과 사우디 ‘큰손’들이 만나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사우디 측은 네이버 등 원팀 코리아에 포함된 한국 ICT 기업·스타트업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국토부가 해외 인프라 사업 연간 500억달러 수주를 위한 첫 행선지로 사우디를 고른 건 국제 건설 시장에서 사우디가 갖는 위상 때문이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노릇을 하는 사우디는 인근 지역 건설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강하다. 사우디 사회·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비전2030’도 유가가 상승하면서 힘을 받고 있다. 사우디 건설시장 규모는 올해만 803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CEO와 면담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원 장관과 원팀 코리아가 만난 사람 중엔 비전2030에 따라 출범한 사우디 국부펀드 PIF의 야시르 알루마얀 총재와 700조원 규모 네옴시티 사업을 이끄는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CEO도 있다.

이 가운데 알 나스르 CEO는 한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네옴은 비서구권에선 처음으로 네옴시티 사업 설명회를 한국에서 여는 방안을 언급했다. 알 나스르 CEO가 연이어 “코리아 퍼스트(Korea First·한국 먼저)”를 약속했다는 게 원 장관 전언이다.

‘수주 기대’ 안고 귀국길…‘원팀 코리아’ 유지가 관건

국토부는 이번 원팀 코리아를 계기로 한-사우디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사우디 교통물류부는 업무협약(MOU) 두 건을 체결했다. 이달 28~29일엔 사우디 주택부 장관이 스마트시티에 관한 공동 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기업도 이번 방문에서 낭보를 갖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리야드시는 내년 초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인데 한국 기업도 입찰할 것으로 보인다. 원팀 코리아에 참여한 스타트업도 사우디 주택부와 POC(개념 증명·계약에 앞서 제품 성능을 분석하는 것)를 논의하는 등 사업 수주에 한발 더 다가섰다. 삼성물산이 그동안 못 받았던 킹압둘라 금융지구 공사 미수금을 원팀 코리아 방문 기간 중 돌려받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국토부는 후속 성과 창출을 위해 해외 건설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문화한 해외 건설 근로자 주택 특별공급 제도를 부활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국토부는 해외 건설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나 이는 기획재정부에서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원팀 코리아가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유지·발전시키는 건 과제다. 현지에서 오래 활동한 한국 기업인은 “왕정 국가인 사우디에선 인적 네트워크가 한국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우디를 대하는 기조가 바뀌고 인맥이 단절된다”고 했다. 이번에 원팀 코리아에 참여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과 함께 해외에 참여하려고 해도 트랙레코드(기존 실적)가 부족해 배제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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