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전 대통령 장남 "아버지는 처음 산 선풍기 50년 쓰셨다"

최 전 대통령 유품 1822점 서울시에 기증
서교동 가옥에 전시
  • 등록 2013-12-09 오후 6:32:29

    수정 2013-12-09 오후 7:25:51

최규하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씨가 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유품 기증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서 기증서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아버지께서는 제가 태어났던 1953년 일본에서 외교관 생활 시절 처음 샀던 선풍기를 평생 쓰셨다. 그 전까지는 선풍기도 없이 지내시다가 더운 일본에서 저를 낳았으니 어머니께서 고생스럽다고 해서 하나 사셨다고 들었다.”

고 최규하(1919∼2006) 전 대통령이 생전에 살던 가옥에서 사용했던 의류·식기·가구 등 총 653건, 1822점의 유품이 서울시에 기증됐다. 기증자는 최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61)씨다.

최씨는 9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집무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서 최 전 대통령이 1970년대에 구입한 에어컨을 비롯해 영부인 홍기(1916∼2004) 여사가 사용했던 동전지갑과 재봉틀 등을 기증했다. 그는 이날 기증식에서 아버지이자 대한민국 10대 대통령을 역임한 최 전 대통령에 대해 “평생 검소하게 사셨다”고 회고했다. 50년대 일본에서 산 선풍기를 죽기 전까지 50년 이상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일화다. 최씨는 “독일의 베토벤 가옥을 가 봐도 그곳에서는 집 외에는 딱히 베토벤의 유품이 많지 않았다”며 “가옥에 고인이 생활하면서 쓰던 유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최씨가 이날 기증한 유품들은 최 전 대통령이 살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 458-5 소재 가옥(등록문화재 제 413호)에 보관돼 있다. 서울시는 2009년 7월 최 전 대통령 유족에게서 서교동 가옥을 사들인 후 서울시 등록문화재 413호로 지정했다. 지난 10월부터는 일반시민에게 개방되고 있다.

최 씨는 “대통령의 유품을 유가족이 전부 보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의 유품들이 분실되거나 소실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서울시가 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최 전 대통령의 유품 하나하나가 앞으로 굉장히 재평가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고인 서기 당시 ‘12·12사태’ 등 정치 상황이 기록돼 있을 것으로 추정돼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비망록’이 있었는지 대해서는 “그런 건 없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의 최 전 대통령은 외교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이후 같은 해 12월 통일주체 국민회의에서 제 10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러나 신군부 쿠데타로 1980년 8월 사임한 뒤 서교동 가옥에서 말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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