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최규하(1919∼2006) 전 대통령이 생전에 살던 가옥에서 사용했던 의류·식기·가구 등 총 653건, 1822점의 유품이 서울시에 기증됐다. 기증자는 최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61)씨다.
최씨는 9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집무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서 최 전 대통령이 1970년대에 구입한 에어컨을 비롯해 영부인 홍기(1916∼2004) 여사가 사용했던 동전지갑과 재봉틀 등을 기증했다. 그는 이날 기증식에서 아버지이자 대한민국 10대 대통령을 역임한 최 전 대통령에 대해 “평생 검소하게 사셨다”고 회고했다. 50년대 일본에서 산 선풍기를 죽기 전까지 50년 이상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일화다. 최씨는 “독일의 베토벤 가옥을 가 봐도 그곳에서는 집 외에는 딱히 베토벤의 유품이 많지 않았다”며 “가옥에 고인이 생활하면서 쓰던 유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최 씨는 “대통령의 유품을 유가족이 전부 보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의 유품들이 분실되거나 소실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서울시가 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최 전 대통령의 유품 하나하나가 앞으로 굉장히 재평가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의 최 전 대통령은 외교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이후 같은 해 12월 통일주체 국민회의에서 제 10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러나 신군부 쿠데타로 1980년 8월 사임한 뒤 서교동 가옥에서 말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