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러' 못잡는 롤렉스, 고객 불만 가중

대구 신세계 롤렉스 매장서 고객 응대 논란
"매장 쳐다보면 판매하지 않겠다"며 강압 대우
"입장 웨이팅 없이 운영돼 특정장소 대기하면 영업방해"
  • 등록 2023-06-13 오후 6:22:40

    수정 2023-06-15 오후 2:08:57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최근 대구 신세계(004170) 롤렉스 매장을 방문했던 신모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원하는 롤렉스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밖에서 대기하던 중에 롤렉스 매장직원(셀러)으로부터 “특정장소에서 매장을 쳐다 보지 말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 직원은 2층에서 매장을 지켜보면 판매하지 않겠다고 신씨에게 경고했다.

무시당했다고 느낀 신씨는 신세계백화점 ‘고객의 소리’에 항의 글을 남겼지만, 롤렉스 매장 셀러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을 수 없었다. 롤렉스 매장 홈페이지에도 글을 남겼지만 응답이 없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애비뉴엘관 앞에 롤렉스 시계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사진=뉴시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고객에게 무례한 응대를 일삼는다는 주장이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고객을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씨는 13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백화점 측에서 롤렉스 매장이 고객 응대에 주의하겠다는 입장만 저에게 전달했다”며 “직접 롤렉스 매장으로부터는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위해서 여러 번 방문했다고 리셀러(되파는 사람) 취급을 받은 것 같다”며 “어떤 셀러는 물건 있냐고 문의하면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으로 ‘엑스’ 표시만 하는 무성의한 응대를 하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롤렉스의 이러한 상식 밖의 응대는 국내에서 제품을 소위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오죽하면 롤렉스 매장은 ‘공기밖에 안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롤렉스 시계는 구하기가 어렵다. 워낙 희소성이 있다 보니 인기 제품의 경우 프리미엄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매장 측은 “입장 웨이팅 없이 운영되는 대구점 특성상 제품이 준비될때까지 매장 주변이나 특정장소에서 여러명이 대기하게 되면 정상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작년 롤렉스의 한국법인인 ‘한국로렉스’의 매출액은 2994억원, 영업이익은 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와 13.9% 증가했다. 경기불황에도 최대 실적을 냈다.

한국로렉스는 롤렉스 스위스 본사가 2002년 국내에 세운 법인이다. 롤렉스는 루이비통, 샤넬 등과 달리 직접 판매를 하지 않고 국내 공식 딜러에 물건을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한다. 이에 신씨의 경우처럼 서비스에 불만이 있더라도 본사에서는 대응을 하지 않고 각각의 공식 딜러숍이 처리한다. 딜러숍의 경우 고객의 소리 등을 접수받고 있지만, 답을 받기가 어려워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에는 현재 10개 딜러사가 롤렉스를 판매하고 있다. 매장들은 리셀러를 막기 위해 고객의 인상와 차림새 등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별 매장마다 입장 방식도 다르다.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의 경우는 전날 전화예약을 통해 접수받은 인원만 입장 시키고, 한 번 입장을 하면 15일간 제한한다. 대구 신세계 매장의 경우는 오프라인에서 줄을 서서 입장하는 방식으로, 입장 횟수에 제한이 없어서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고객이 자주 방문하는 매장이다.

이번에 신씨가 방문했던 대구 신세계 롤렉스 매장을 운영하는 딜러사는 명보시계다. 명보시계는 1954년 부산 광복동에서 시계, 귀금속 전문점으로 시작한 시계 전문기업 명보사에서 파생됐다. 현재 창업 2세대인 정경목씨가 명보사(신세계 센텀)와 명보시계(신세계 대구)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년간 롤렉스와 관계를 갖고 있는 대형 딜러사이기도 하다.

이에 롤렉스 구매 희망 고객들은 셀러에게 무시당하는 일을 겪는 등 불만이 생겨도 이른바 진상고객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오를까봐 참는 경우가 다반사다. 롤렉스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셀러 면접팁’이 공유될 만큼 셀러의 영향력이 세다.

한국로렉스 관계자는 “한국로렉스 서비스팀은 있지만 개별 고객 응대보다는 고객 경험 관리 차원의 지원업무를 담당한다”며 “개별 고객의 문의는 딜러숍을 통해서 얘기하는게 빠르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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