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15분께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취재진 앞에 세워진 마이크 앞에 섰다.
한 어린아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그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저쪽이 좀 조용해져야 들리시겠죠?”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말씀하시면 조용해지실 것 같아요”라고 하자, 미소를 보인 박 전 대통령은 “존경하는 달성군민 여러분 그리고 대구시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린다.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말했다.
이때 박 전 대통령 왼쪽 맞은편 인파 속에서 소주병이 날아들었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경호인력은 다급하게 박 전 대통령을 둘러쌌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는 중단됐고, 경호인들은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
그는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하였다.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다. 그래서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인연을 강조했다.
|
박 전 대통령은 “시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 앞으로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행사 없이 유 변호사와 경호인력 등과 함께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