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日기업 상대 손배소 1심 패소…法 "소멸시효 지나"

일본 니시마츠건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손배소
손해배상 청구권 기준 쟁점…유족은 '2018년' 니시마츠는 '2012년'
1심서 원고 청구 기각…청구권 소멸시효 기점 2012년
법원 "유족 측 청구권 주장은 인정하나 소멸시효 지나"
  • 등록 2023-02-14 오후 3:55:16

    수정 2023-02-14 오후 7:36:2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대법원의 2012년 5월과 2018년 10월 판결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날 재판부는 소멸시효 기점을 2012년으로 봤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니시마츠건설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피해자 김모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에 있는 니시마츠건설(당시 니시마츠구미)에서 1942년부터 근무하다 1944년 5월 29일 숨졌다.

피해자는 제적 등본에도 1944년 5월 29일 오전 1시 니시마츠 공장에서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피해자 유족 측은 강제로 동원돼 노역하다 숨진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며 2019년 6월 소를 제기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고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부터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앞서 2012년 5월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2013년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원고들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구하는 게 아니다. 일본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과 관련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라고 결론 냈다. 또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 소멸 여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한일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소멸에 관해 양국 정부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개인청구권이 유지된다고 봤다.

하지만 피고 측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고,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애사유도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로 해소됐다고 주장한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니시마츠건설) 측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비추어 보면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며 “여러 대법원 판결 중 어떤 판결이 나온 때로부터 기산해야 하는지가 이 사건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파기환송한 최초 판결 시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봤다”며 “즉 판결 시 기준으로 보면 이 사건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고 봐야 한다. 이 사건 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왼쪽)과 임재성 변호사가 1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니시마츠건설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기일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판결 선고가 끝난 뒤 원고 측 대리인들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원고 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법리적 판단으로서 청구가 기각된 것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2012년 대법원 소부 판결 이후 사법농단 등으로 최종 판결이 2018년으로 지연됐다. 권리 소멸 여부가 최종적으로 판단된 게 2018년이면 권리 행사의 장애 사유도 2018년에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특히 “2018년 광주고법에서는 같은 취지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 판결 기준을 2018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해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며 “대법원이 조속히 기준 시점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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