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송주오 기자] 양대 금융당국 수장들이 날로 폭증하는 가계부채 규모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무력화하며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인터넷은행의 심사기준 등을 꼽으며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과 관련 은행장 간담회를 주재한 이후 “4월 이후 가계부채가 증가한 원인을 분석하고, 내용에 따라 보완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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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6조원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4개월 연속 증가세로 전월(5조8000억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7월 증가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증가)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다.
김 위원장은 “경기를 띄우는 건 재정을 푸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부채는 결국 상환 문제가 남는다”며 “과도한 부채 증가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주담대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이유로 우리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늘고 있는 것인지를 금융감독원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이 사용되거나, 비대면 주담대에서 소득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일반 상식에 벗어나서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없는지, 상환능력이 부족한 분들에게 과잉 대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신중하게 살펴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불법행위 대응, 협력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원-국가수사본부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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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국가수사본부와 ‘자본시장 불법 대응 업무협약식’을 연 후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걸 지켜보는 건 당국의 직무유기”라며 “올해처럼 가계대출액이 매달 4조~5조원씩 느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으며 이달 중 감독국·감사국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 실태 현장 점검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의 질 관리가 중요한데, 고금리 시대 대출 리스크가 차주에게 전가되는 핵심적인 이유는 변동금리 기반 구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주담대 담보대상 물건이 적정한지, DSR 산정 체제가 적정한지에 대한 점검을 물밑에서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적정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50년 만기처럼 장기 주담대의 설계를 더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인생 주기별 소득의 흐름이 있고, 거기에 맞춰 지출되는 돈이 있을 텐데 50년 만기 주담대에는 그러한 종합적인 고려가 결여돼 있다”며 “꼭 검사 후 제재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책 방향성을 확인하는 측면의 현장 점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원장은 “은행, 저축은행, 인터넷은행 등이 허용된 틀 안에서 (대출) 시장을 개척하는데 그걸 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며 “다만 원칙을 과도하게 해석해 상품을 만들거나 물밑에서 시스템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제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