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중기계획'서 사라진 4000t급 잠수함 계획…'핵잠' 건조 포기하나

국방부,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 발표
장보고-Ⅲ Batch-Ⅱ 일부 전력화 계획만
3년 전 '2021~2026 중기계획'엔 Batch-III 담겨
전 정부 사업 계승 부담탓…재래식 잠수함 될 듯
내년 59.6조 국방비, 5년 후 80조 달성 가능할까
  • 등록 2023-12-12 오후 5:06:01

    수정 2023-12-12 오후 7:16:1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건조 사업이 지연되는 모양새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장보고-III)의 두 번째 함형 사업이 마무리 단계인데, 여전히 세 번째 함형의 추진체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세 번째 함형 역시 재래식 잠수함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방부는 12일 발표한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3000톤(t)급 이상 잠수함을 추가로 확보해 타격 능력을 양적·질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28년까지 장보고-Ⅲ 배치(Batch)-Ⅰ 함형의 잠수함 3척을 실전 배치하고, 장보고-Ⅲ Batch-Ⅱ 함형의 잠수함 3척 중 일부를 전력화 할 예정이다.

여기서 배치(Batch)는 동형 함정을 건조하는 묶음 단위를 뜻한다. Batch-I, Batch-II, Batch-III 등으로 진행할수록 함형 발전과 성능 개선이 이뤄진다. 장보고-Ⅲ Batch-Ⅰ은 3000t급으로 현재 도산안창호함이 전력화 됐다. 2번함인 안무함은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3번함 신채호함은 건조를 마치고 시운전 중이다. 3600t급으로 커지고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는 장보고-Ⅲ Batch-Ⅱ의 경우 1·2번함의 건조가 시작됐다. 최근 3번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이 선정됐다.

2021년 8월 13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장보고-Ⅲ Batch-Ⅰ 1번함 ‘도산안창호함’의 인도·인수 및 취역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해군)
이와 함께 당초 정부는 장보고-Ⅲ Batch-III를 4000t급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한다는 구상이었다. 지난 2020년 국방부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무장 탑재능력과 잠항능력이 향상된 3600t급 및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핵을 연료로 사용하는 차세대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보고-Ⅲ Batch-Ⅰ과 Batch-Ⅱ는 디젤·전기 추진의 재래식 잠수함이다. 공기 불요 추진 체계(AIP)를 갖춰 잠항 시간이 일반 잠수함보다 길지만, 원자력 잠수함 만큼은 못하다. 북한이 SLBM과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본격화 하면서, 빠른 속도로 더 오랜 시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가 가시화 됐다.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 결과에서 개발에 7년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왔다. 군 내부에서는 이미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작전요구성능(ROC)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에는 장보고-Ⅲ Batch-III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황인데, 전 정부가 적극 추진한 전력건설 계획을 계승하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당초 장보고-Ⅲ 사업으로 확보한 3000t급 이상 잠수함을 통해 초기에 도입한 209급(1200t) 9척의 잠수함을 단계적으로 교체할 예정이었다. 209급 잠수함들은 함령이 30년이 넘는데다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

한편, 국방부는 향후 5년 간 국방비 약 349조 원을 투입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 대로라면 국방비는 올해 57조 원에서 연평균 7% 늘어 내년 59억6000억 원, 2025년 64조3000억 원, 2026년 70조 원, 2027년 74조8000억 원, 2028년 80조 원으로 늘어난다. 1년 국방예산이 5년 내에 70조~80조 원까지 증액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국방부는 ”재정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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