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ESG 로드맵, 이르면 내달 나온다…“상장사 촉각”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로드맵이 이르면 내달 발표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한 ESG 국제기준이 발표된 만큼, 상장사에 적용될 공시기준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수출 기업, 중소·협력업체까지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현판식이 지난 1월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KSSB는 ESG 공시기준 관련 국내외 논의를 지원하기 위한 회계기준원 소속 위원회다. (사진=금융위원회)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3분기 중으로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한국거래소 등과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연도별 적용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ESG 공시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등을 담은 단계별 계획이 7~8월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26일 전 세계 ESG 공시기준의 표준이 될 첫 번째 공시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국제기준은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S1)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S2)으로 구성됐다. 이 국제기준은 내년 1월1일부터 자율규제 형식으로 적용된다. 이 국제기준을 반영해 나라별 ESG 공시기준이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국제기준에 담긴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도 검토할 예정이다. 스코프3는 기업 활동과 연관된 모든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뜻한다. 공급망 전체에 대한 연결 공시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어서, 대기업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도 기후 관련 ESG 공시를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위는 2025년과 2030년의 2단계에 걸친 개략적인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보다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공시가 제대로 됐는지 제3자를 통한 검증 의무를 도입할지 여부, 검증기관의 규율 체계를 어떻게 할지, 다른 정부부처의 정보공개 제도와 어떻게 연계를 강화할지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상장사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을 시급히 해소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기업 300곳에 질문한 결과, 응답 기업 61.6%는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ESG 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 답했다. 다만 ‘ESG 의무공시 관련해 별다른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36.7%에 달했다.

김의형 전 한국회계기준원장은 “ESG 공시는 유독가스를 뿜어내고 낡은 장비에 의존하는 현재 산업 모델을 교체하라는 신호”라며 “기업들이 선제적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등에 파격적인 제도·인프라 지원을 하고, 채찍이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산업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