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는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이 대형마트에서도 본격 시작됐다. 그간 서울 지역 곳곳에서 소규모로 운영됐던 ‘제로 웨이스트 마켓(제로마켓)’이 주류 대형 유통매장에 진입, 친환경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21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오픈한 ‘제로마켓’의 ‘리필 스테이션’. 각종 액체 세제를 직접 가져온 용기에 담아 구매하는 식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최소화를 지향한다. (사진=정병묵 기자) |
|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플러스 월드컵점 2층에 문을 연 제로마켓 1호점은 한적한 평일 낮시간대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약 5평 남짓 공간에 다양한 친환경 상품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시가 진행 중인 제로마켓은 대나무 수저·칫솔, 다회용 빨대 등 친환경 제품뿐만 아니라 세제, 샴푸, 화장품 같이 리필이 가능한 제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만큼만 무게를 재서 살 수 있는 곳이다. 서울시가 홈플러스에 입점한 형태이며 향후 6개월간 시범 운영된다. 홈플러스 월드컵점뿐만 아니라 내년 1월까지 이랜드리테일 NC백화점 강서점·신구로점·송파점, GS리테일 더프레시 고덕그라시움점·명일점·상계점 등 10곳에 차례로 개점한다.
제로마켓 1호점은 한 마디로 ‘쓰레기 배출 0’를 목표로 한 매장이다. 비닐봉지는 찾아 볼 수 없으며, 고객이 별도로 휴대 가방을 갖고 오지 않을 시 매장에 비치된 재활용 쇼핑백에 제품을 담아준다. 이날 친환경 비누를 구매한 한 고객에게는 직원이 재활용 종이 포장지로 제품을 감싸서 줬다.
매장의 한 가운데에 놓인 약 10ℓ짜리 통 5개가 제로마켓의 핵심인 ‘리필 스테이션’이다. 주방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를 판매하는데 플라스틱 배출 최소화를 위해 고객이 직접 액체를 담을 용기를 가져와야 한다. 집에서 다 사용하고 남은 용기를 가져 와서 비치된 저울로 무게를 재고 지불하는 방식이다. 용기를 가져오지 않은 고객을 위해 재활용 빈병들도 비치돼 있었다.
| ▲21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오픈한 ‘제로마켓’ 1호점. (사진=정병묵 기자) |
|
매장 관계자는 “g당 가격이 주방세제는 6원, 세탁세제는 7원, 섬유유연제는 3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주방세제 중 가장 저렴한 A브랜드의 경우 500g 최저가가 약 7000원가량 하는데 제로마켓에서 구매하면 같은 용량을 약 3000원에 살 수 있는 셈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박모(여)씨는 “친환경 소비가 요새 트렌드인데 신기한 매장”이라며 “세제를 직접 써 보고 품질이 기존 제품 못지 않다면 가격도 싸고 안 쓸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편 제로마켓은 각 지역 자원을 재활용하는 거점으로도 운영될 예정이다. 재활용 가치가 높지만 버려지는 이어폰이나 충전 케이블 등을 회수하고 쇼핑용 종이가방, 유리병 용기 등을 모아 다시 나눠 쓰는 지역 거점 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상암동 월드컵점이 제로마켓 1호점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회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침에 따라 타 임차 점주와 다르게 조건을 우대해 입점했다”며 “향후 합정점, 신도림점, 남현점 등에 추가로 개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