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과음 후 블랙아웃, 알코올성 치매 부른다

전체 치매 환자 10명 중 1명은 젊은 치매 "20~30대도 안심 금물"
  • 등록 2020-12-31 오후 3:19:45

    수정 2020-12-31 오후 3:19:45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코로나19가 연말연시 풍속도도 바꿔 놓았다. 전국구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식당에 모여 송년회, 신년회를 여는 대신 집에서 각자 조촐하게 소중한 사람들과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 때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적절한 음주는 분위기를 띄우고 기분을 좋게 하지만 필름이 끊길 정도로 과음하는 습관은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주량에 비해 술을 과도하게 마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알코올성 치매’를 주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2019 대한민국 치매현황’에 따르면 국내 치매 상병자 수는 약 85만 명(2018년 기준)이며, 이 중 65세 미만 젊은 치매 환자가 약 8만 명으로 전체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치매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이 젊은 환자인 셈이다.

흔히 치매하면 신경계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는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리지만 최근 알코올성 치매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는 중이다. 알코올성 치매란 과도한 음주로 인해 기억력 저하를 비롯해 다양한 인지 기능 장애가 발생하면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알코올성 치매 증상은 이른바 ‘필름이 끊긴 현상’인 블랙아웃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속 해마 세포의 활동을 둔하게 만들어 기억 형성을 방해한다. 술 마신 후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가물가물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잦은 술자리, 피곤한 상태에서 음주, 공복 음주 등이 블랙아웃 위험성을 높이며 현상이 장기적으로 반복될 경우 영구적인 뇌 손상을 일으켜 알코올성 치매에 이르게 된다.

음주 중에 발생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말고도 술 마실 때 유독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현상 역시 알코올성 치매의 증상이다. 평소 유순한 사람이 술만 마시면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한다면 감정 및 충동을 조절하는 뇌 ‘전두엽’ 손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발생한 뇌 손상은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또한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져 노인성 치매로 발전할 수도 있으며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나타나 누구나 안심하기 어렵다는 게 신경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세란병원 신경과 권경현 과장은 “최근 젊은 치매 환자가 늘어나며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치매 발병 연령이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다”이라며 “특히 젊은 층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알코올성 치매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노인성 치매로도 발전할 수 있는 만큼 평소 음주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술을 마신 후에는 최소 3일 이상 금주하는 것이 좋다”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량보다 술 적게 마시기 ▲금연 ▲주 3회 이상 운동 ▲생선 및 채소 골고루 챙겨 먹기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정상 범위로 유지하기 등이 도움이 된다”며 “한 번 뇌 손상이 일어나면 절대로 회복이 불가능한 만큼 20?30대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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