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웰다잉(well-dying)’ 수업을 듣고 있던 10명의 노인은 “잘 죽겠습니다”라는 특별한 인사로 수업을 시작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70, 80대 노인들이 대부분 자리를 메웠다. 이들은 머지않아 다가올 ‘죽음’을 서슴없이 얘기하며 심지어 웃기도 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대목에선 수능 앞둔 수험생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노트에 꼼꼼하게 필기했다. 강의 자료를 더 잘 보기 위해 돋보기안경을 끼거나 강의 내용을 한 장면 한 장면 찍어 휴대전화에 담아두는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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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는 이른바 ‘웰다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노인을 상대로 진행하는 웰다잉 수업은 열릴 때마다 만석이 된다. 강남 노인종합복지센터 관계자는 “5년째 웰다잉 교육을 진행 중”이라며 “정원이 15~20명인데 매번 지원자가 넘쳐 추첨을 통해 뽑는 등 갈수록 웰다잉 교육을 찾는 어르신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영자(83)씨는 “수업을 듣고 삶을 정리하면서 삶을 둘러싼 여러 집착을 끊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언제라도 이 세상을 뜰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매 순간 굉장히 즐기면서 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송해 선생님도 준비를 다하시고 떠났는데 나도 송해 선생님같이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죽음’ 입에 올리길 꺼리는 문화, 바뀌어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죽음을 맞고 싶어하는 이들을 도울 사회적 인프라도 부족한 형국이다. 한해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8만 명이 넘지만,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 병상은 올해 5월 기준 전국에 1478개에 불과하다.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호스피스사업 대상질환 사망자 대비 호스피스 이용률은 21.3%에 그친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는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 중인데도 이에 대한 인식이나 대비가 너무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어르신들이 웰다잉에 관한 정보와 방법을 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