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
| 중국 광둥성의 부동산 개발 현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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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중국 지방정부의 토지를 담보로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 LGFV(지방정부융자기구)의 총 부채 규모가 은행 차입금을 포함해 60조위안(약 1경132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LGFV가 발행한 채권만 해도 11조6000억위안(약 2190조원) 규모로 전체 회사채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도로, 다리, 지하철 등을 짓는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독려해왔고 그 자금은 대부분 지방정부가 LGFV를 통해 조달해왔다. LGFV는 지방정부 채무로 잡히지도 않고 공식적인 통계도 없다. 중국은행이 2019년 말 기준 LGFV 규모를 49조3000억 위안(약 9700조원)으로 추산한 적 있는데 이는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한다.
LGFV는 대부분 공익 인프라 사업을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고, 대출이나 투자를 받은 뒤 상환하기보다 재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은 통상적으로 수익성보다는 담보를 제공하는 지방 정부의 신용도를 보고 융자를 결정해왔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그린란드홀딩스가 지난 8월 달러 채권을 상환하기 며칠 전 LGFV의 주주인 상하이청터우가 이 회사에 15억위안을 대출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지난해말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된데다 코로나19까지 장기화하면서 지방정부들의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헝다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되면 지방정부가 반환받을 수 있는 채무는 반토막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이같은 잠재적 디폴트 우려는 시장에 공포를 줄 수 있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은 중국 부동산 부문의 내년 디폴트 비율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이 수치는 52%에 달해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는 부동산 업체들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반 정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사상 최장기 내수시장 침체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개발자들이 어려움에 빠진다면 LGFV에 대한 지원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 정부들은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0개 주요 도시의 9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0.28% 떨어져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존 주택 가격도 0.39% 하락해 2014년 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