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위상이 달라졌다. 주말 저녁에나 찾던 안줏거리가 평일에도 즐기는 일상의 선호 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퇴직하면 닭집이나 열어야지”라는 직장인의 자조 섞인 농담도 옛말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알짜 수익을 내는 어엿한 산업으로 대접받으며 자본시장의 돈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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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치킨 프랜차이즈에 투자 쇄도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은 최근 외식 전문 기업인 네오아티잔으로부터 효도치킨과 수제 버거인 브루클린더버거조인트를 약 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슨캐피탈은 식품 사업 투자의 강자다. 과거 밀크티 프랜차이즈인 공차에 투자해 6배가량 수익을 올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강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엔 ‘꽈리멸 치킨’ 메뉴로 강남에서 인기를 끄는 치킨 브랜드에 베팅한 것이다.
국내 1위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캐나다 기관 투자가인 온타리온교직원연금과 손잡고 BHC그룹 지분 투자액을 4000억원 이상 확대했다. 가맹점 수 기준 국내 2위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BHC를 보유한 BHC그룹은 기업 가치 약 1조8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중견 PEF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도 코스톤아시아와 함께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을 운영하는 노랑푸드 지분 100%를 700억원에 사들였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앞서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에도 12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그런데 누구보다 돈에 밝은 사모펀드들이 왜 치킨집에 ‘러브콜’을 보내는 걸까?
치킨 100만원 팔면 17만원 남아…이익도 알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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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 PEF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치킨 수요가 꾸준히 늘며 프랜차이즈 사업성도 시장의 검증을 받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9년 말 기준 2만5471개로 4년 전보다 1000개가량 늘었다. 특히 이 기간 상위 5개 업체의 가맹점 수가 약 800개 증가했다. 동네 상권의 영세 치킨집이 사라지는 대신 자본력을 갖춘 브랜드 치킨이 시장을 재편한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매출액은 지난 2015~2018년 매년 7% 이상 고속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식업 매출액이 연평균 1% 남짓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치킨 장사는 다른 업종보다 마진도 쏠쏠한 편이다.
3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019년 기준 평균 17.2%에 이른다. 치킨 100만원어치 팔면 17만2000원이 회사의 이익으로 남는다는 의미다. 이는 현대자동차(005380)(2019년 기준 3.4%)의 5배에 달하고, 삼성전자(005930)(12.1%)의 이익률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신규 가맹점을 모집해 받는 일회성 가입비보다 가맹점에 닭·소스 등 원재료를 공급하며 발생하는 매출과 로열티 수입이 중심이 되며 수익 구조가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을 독점하는 절대 강자가 없고 최근 코로나19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해볼 만한 장사라는 이야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위 5개 치킨 프랜차이즈의 시장 점유율은 25.7%(2018년 말 가맹점 수 기준)다. 반면 패스트푸드와 빵집은 상위 업체 점유율이 70%가 넘고, 피자·커피도 30%대에 이른다.
국내 3위 브랜드인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339770)는 자영업자와 외식업체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상반기(1~6월) 매출액 2155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을 올렸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 3%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수요가 증가해 치킨 판매도 덩달아 수혜를 입은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도 투자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배달 전문 가맹점 모집에 나서는 등 앞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