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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깜짝 실적’을 냈다.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업계를 덮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스터리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를 넘는 ‘천슬라(1000달러+테슬라)’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졌다.
반도체 우려 딛고 또 최대 순이익
테슬라는 20일(현지시간) 장 마감 직후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순이익 16억2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다. 테슬라는 2분기 11억4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내며 처음 10억달러를 돌파했고, 한 분기 만에 5억달러 가까이 순이익 규모를 키웠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3억3000만달러)와 비교하면 390.9% 폭증했다.
3분기 매출액의 경우 13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가장 많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136억3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1.86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1.59달러)를 상회했다.
테슬라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한 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 판매가 양호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일 내놓은 3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24만1300대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2% 급증했다. 테슬라 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팩트셋 추정치(22만7000대)를 웃돌았다. 특히 보급형 세단 ‘모델3’와 보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인도량은 23만2025대에 달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칩 부족과 업계 경쟁 격화 등 각종 도전과제를 헤쳐나가는 테슬라의 능력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역대급’ 반도체 수급난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공급망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보다 수직적으로 잘 통합돼 있다”며 “칩 수급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하는 회사다.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이 ‘반도체 독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테슬라는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005380) 역시 최근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자체 반도체 개발을 원한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테슬라는 이에 더해 반도체 생산에 대한 외주를 줄 때 생산업체와 직접 거래한다. WSJ의 진단처럼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비교해 공급망이 훨씬 단순한 셈이다. 테슬라만 할 수 있는 ‘테슬라 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 함께 테슬라의 차량 모델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반도체 수급난 극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대형 업체들은 차량 종류가 수십종에 달하고 대부분 각각의 반도체를 쓴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름값’을 내세워 협상력을 키운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테슬라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반도체 부족과 항만 병목 현상 탓에 공장을 완전히 가동하는데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도 “회사의 공급망, 생산 관련 팀들이 민첩함과 유연함을 갖고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처했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으는 건 테슬라의 주가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3분기 호실적 기대감에 전거래일 대비 0.18% 상승한 주당 865.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 26일(883.09달러)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당시 주당 1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천슬라 기대감이 팽배했다가 3월 8일 563.00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급락했는데, 테슬라만의 경쟁력을 확인한 이상 ‘이번에는 다르다’는 관측이 커진 상황이다.
제프리스의 펠리페 후초이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반도체 부족에 경쟁 업체들보다 잘 대처하고 있다”며 최근 목표 주가를 9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테슬라는 한국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의 보관 규모 1위 주식은 테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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