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봄’ 기다리는 웨이퍼 업계…증설 이어가는 이유

반도체 겨울 여파, 웨이퍼 시장까지 밀려와
업계 “단기 조정…긴 관점에선 출하량 증가”
'1위' 日 기업들 “과거와 다르다” 자신감도
웨이퍼 증설 랠리…내년부터 시장 반등 점쳐
  • 등록 2023-01-11 오후 4:33:33

    수정 2023-01-11 오후 7:31:26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반도체 산업이 ‘겨울’에 접어든 가운데 핵심 부품인 웨이퍼 업계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었던 수요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웨이퍼 업계는 도래할 반도체 업황 반등기를 대비해 설비 증설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력반도체 등 새 시장 수요를 대비하기 위한 채비도 이어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요 위축에 따른 반도체 불황의 여파가 웨이퍼 업계까지 밀려오고 있다.

반도체대전(SEDEX 2022)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사진=뉴스1)
현재 웨이퍼 시장은 일본 신에츠, 섬코와 대만 글로벌 웨이퍼스, 한국 SK실트론, 독일 실트로닉 등 다섯 개 기업이 과점한 구조다. 반도체 업황이 좋던 지난 2021년부터 웨이퍼 출하량이 급증하며 마찬가지로 호황을 누려 왔다.

하지만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둔화함에 따라 제조 기업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주요 부품인 웨이퍼 수요 역시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왔다. 실제 웨이퍼 제조 기업들은 지난해 3분기부터 수요 위축 가능성을 점친 분위기다. 업계 1위인 일본 신에츠는 PC, 스마트폰 등 핵심 시장이 조정되고 있다고 봤다. 섬코 역시 완제품 시장의 수요 위축에 따라 생산 조정이 시작됐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웨이퍼 출하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146억제곱인치로 전년 대비 정체 상태이겠지만 2024년부터 성장세가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도 2024년 6.5%, 2025년 6.0%로 예측한 상태다.

신에츠와 섬코 역시 웨이퍼 시장 출하량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상태다. 과거와 달리 반도체 제조 기업이 향후 생산량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일시적인 조정에 나선 데다, 대부분의 계약이 2027년까지 맺어진 상태인 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웨이퍼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반도체 수요가 돌아올 경우 웨이퍼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많은 실리콘 웨이퍼 제조기업들이 증설을 꾸준히 이어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SK실트론 구미공장. (사진=SK실트론)
웨이퍼 제조 기업들은 이미 증설 랠리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 가동까지 기간이 2년 넘게 필요한 만큼 앞선 투자로 반도체 시장의 ‘봄’을 기다리는 것이 목표다.

국내 기업인 SK실트론은 오는 2026년까지 실리콘 웨이퍼 사업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증설에 나선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제 대응에 나섰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투자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도 지난해 미국 텍사스에 투자를 결정했다. 약 50억달러(6조2000억원)를 투입해 오는 2025년까지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짓고 월 생산량을 120만장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1위인 일본 신에츠 역시 꾸준히 투자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신에츠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 장비의 생산 능력은 제한적”이라며 “단기적 조정 여부와 관계 없이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꾸준히 투자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 실리콘카바이드(SiC)·질화갈륨(GaN) 등 전력 반도체 시장 확대를 대비해 웨이퍼 업계가 선제 투자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올해 SiC·GaN 에피 웨이퍼 용량 확대를 위해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릴 것으로 예고했다. SK실트론 역시 지난해 영국 기업과 협약을 맺고 GaN 웨이퍼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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