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커피코리아 트럭 순회 시위 주최 측이 처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스타벅스 파트너(매장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트럭이 이틀째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니며 관심이 쏠리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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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원은 “스타벅스의 인력보충 시스템이 우리가 인력난 해결을 요구하는 배경이자 사실 트럭 시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구인의 최종 권한은 회사에 있지만, 그 전에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열람하고 채용하는 것은 각 매장의 점장 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리스타 n개월(수 개월) 내 퇴사율’이 점장의 인사고과에 반영될 정도로 초기 퇴사율이 높다”면서 “매장에 일할 사람도 지원하는 사람도 없고 퇴사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장 업무도 타이트한데 신입 교육에 인건비 써가며 가르쳐 놓으면 다 퇴사해 버린다. 그게 우리 파트너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노동조합도 없는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이 단체행동을 한 것은 지난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스타벅스가 그동안 굿즈(기획상품)를 제공 또는 판매하는 행사를 수시로 벌이면서 파트너들은 업무가 과중해진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히 지난달 28일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특별 디자인이 새겨진 다회용(리유저블) 컵 무료 제공 이벤트 때는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대기 음료가 한 번에 650잔이 몰리기도 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지친 매장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이번 트럭 시위를 준비했다.
트럭 한 면 대형 전광판에는 “우리는 1년 내내 진행하는 마케팅 이벤트보다 매일의 커피를 팔고 싶습니다”, “플라스틱 대량생산하는 과도한 마케팅, 중단하는 게 환경보호입니다” 등 10여개의 메시지가 돌아가며 보여지고 있다.
다른 한 면에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창립 22년만에 처음으로 목소리 내는 파트너들을 더 이상 묵인하지 마십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스타벅스 파트너 일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
그러자 일부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 사이에서 반기를 들었다. 이번 트럭 시위에 동참 또는 공감하지 않는 직원들도 있는데 마치 모든 매장 직원들을 대변한 듯한 표현을 문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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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커지자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 7일 오후 사내 게시판 공지를 통해 이달 12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2021 겨울 e프리퀀시’ 행사를 28일로 연기했다고 공지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이벤트 기간을 2주 늘렸다가 다시 2주가량 줄인 조치다. 통상 스타벅스 e프리퀀시 이벤트 기간 동안에는 사은품을 받기 위해 e프리퀀시를 적립하는 소비자들이 매장에 몰린다.
이에 주최 측은 “(회사가) 힘든 결정을 했지만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길 간절히 바란다”며 “우리는 이번 트럭 시위를 마치면 익명 속으로 사라지지만, 스타벅스코리아는 아니다. 단기적 원인으로 트럭 시위가 발발하지 않았듯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위기를 무마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난 몇 년 간 부족한 현장 인력으로 회사를 운영해오며 파트너들이 소모품 취급 당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음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각 매장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개선할 것을 약속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틀 간 진행한 이번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트럭 순회 시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스타벅스 본사 앞 정차 일정을 끝으로 마친다. 주최 측은 오는 10일 스타벅스 사내 게시판에 최종 보고를 마치고 즉시 해산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스타벅스 직원들의 단체행동을 두고 민주노총은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노조를 창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이들에게 교섭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타벅스 트럭 시위 주최 측은 “민주노총은 트럭시위와 교섭을 시도하지 말라”며 “트럭 시위는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고 트럭 시위는 노조가 아니다. 트럭 시위를 당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고 변질시키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