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공무원이 제일 되고 싶은 나라,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

닛케이비지니스와 인터뷰 "日기업가 정신 희미해졌다"
AI는 지혜로 나아가는 뇌의 혁명…"일본에겐 마지막 기회"
"아직 실적 내지 못해 부끄럽고 초조…그래도 큰 가능성 느껴"
  • 등록 2019-10-08 오후 2:06:21

    수정 2019-10-08 오후 2:06:21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8월 7일 도쿄에서 열린 기업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2호 설립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사진= 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제일 큰 문제는 전쟁 전후나 에도 막부 말기와 비교해 기업가 정신이 매우 희미해졌다는 것. ‘작아도 아름다운 나라이면 좋다’고 말한다면 그 시점에서 사업은 끝난 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8일 니혼게이자이비지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일본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의 기업가는 초식동물이 됐다”고 평했다.

손 회장이 보는 일본은 과거에 안주하는 수축 사회이다. 기업가들은 밖으로 진출하려고 하지 않고 젊은이들도 해외에서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1980년대, 1990년대 일본은 전자기술로 세계를 주도하려고 했지만 이제 이같은 기세는 일 말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일본과 유럽의 흉내를 내던 중국은 일본을 넘어서 세계의 정점을 다투고 있다.

손 회장은 “일본 경제는 30년간 성장이 멈춘 매우 곤란한 상태”라며 “작은 마을의 작은 평화는 좋지만, 이래서야 언젠가는 완전히 잊혀진 섬나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왜 일본은 이렇게 됐을까. 이 질문에 손 회장은 도전정신과 경쟁심을 상실한 것을 꼽았다.

손 회장은 “공무원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공무원이 제일 인기가 있는 직업이 되고 성장산업에 젊은이들이 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산업 자체가 성장하지 않게 돼버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은 1980년대 버블 경제 붕괴를 거치면서 일본사회에 ‘빚’과 ‘투자’는 악(惡)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손 회장은 한때 반도체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일본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도 설비투자가 멈춰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보고 있는 일본의 마지막 희망은 인공지능(AI)이다.

산업혁명이 손이나 팔, 귀 등 근육 영역의 확장이었다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혁명은 뇌의 확장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은 일일이 암기하거나 서류를 뒤적이지 않아도 검색 한 번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지식의 혁명을 경험했다. AI는 한 차례 더 나아가 지혜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인간이 그냥 지혜를 발휘하는 것보다 AI를 활용해 통찰, 예측한 성과물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시대를 일본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이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해나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손 회장은 “일본 정부와 교육자 등 리더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한때는 정부의 자문위원도 해봤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정치가가 이에 대해서 강하게 의식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경쟁심과 도전정신이 사라진 일본, 기업가 정신을 중요시하지 않는 일본의 정신 상태가 AI 시대로의 진입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 전체가 기업가를 중시하지 않으면 정치가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인터넷 기업이 경시되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내가 말하면 말할수록 이런 분위기가 확산할 것”이라며 “그럴 바에는 미국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 기업가들과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는 편이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자신에 대해서도 “아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부끄럽고 초조해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중국 기업의 성장을 보면 이 정도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 시장을 보며 부럽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동남아시아와 같이 자국 시장이 작은 나라도 열심히 노력해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나를 비롯해 일본의 기업가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자신의 가장 큰 목표는 “사업이 아닌 전략적인 지주그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만든 비전펀드의 이야기다. 손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97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AI, 공유경제, 사물인터넷 등 미래 산업을 바꿀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일견 성공적으로 보였던 비전펀드는 올해 미국 상장 최대어였던 우버가 상장 이후 주가가 25%나 하락했고 공유오피스기업으로 주목받던 위워크는 결국 상장에 실패하면서 현재 기로에 놓인 상태이다. 그러나 손 회장은 이에 아랑곳 않고 현재 1호 펀드보다 더 규모가 큰 1080억달러 규모의 2호 펀드 조성하고 있다. 2호 펀드에는 1호 펀드 참여자였던 사우디를 비롯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의 은행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1개 기업이 아닌 ‘클러스터’로서 나는 영향력을 키어나가고 싶다”며 “AI 성장의 원천‘이라는 비전을 내세워 그룹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이나 큰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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