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무소불위 권력될 수도…대통령 관여 줄여야"(종합)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
"공수처, 정치적 수사기구 전락 우려…정쟁 블랙홀 될듯"
"수사·기소권 가지면서도 견제없는 독립기관…무소불위"
"1야당에 공수처장 후보 2명 추천권 줘야…국회청문회도"
김상겸 동국대 교수 "검찰권 고려해 권한범위 확정해야"
  • 등록 2019-10-21 오후 12:57:53

    수정 2019-10-21 오후 12:57:53

아시아 국가들의 부패전담 수사기관 현황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정부여당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권력기관을 옥상옥(屋上屋)으로 늘리면서도 아무런 견제도 없이 독립기관으로 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며 정쟁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설령 공수처 설치가 입법된다해도 공수처장 임명과정에는 제1야당이 2명을 추천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공수처 설치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라는 정책토론회 발제자로 나서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이날 사전 공개된 발표자료를 통해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법안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 대표는 “공수처를 설치할 경우 정치이슈를 대화나 타협이 아닌 형사사건으로 해결하려는 수사만능주의 풍토 하에서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고소, 고발과 수사의뢰가 난무하는 정쟁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행 특별감찰관제도와 마찬가지로 표적수사를 통한 상시 사찰기구로 변질돼 정치적 수사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실제 지난 2002년 병풍사건이나 2007년 BBK사건, 2017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처럼 향후 대통령선거에서도 중요한 정치쟁점이 형사사건화 함으로써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수처 수사대상에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등도 포함돼 있어 공무상 비밀누설을 이유로 언론까지 수사할 수 있으며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을 빌미로 정부부처 고위 공직자와 군, 법원, 검찰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수사도 할 수 있다”며 “특히 공수처가 사법과 입법, 행정 어디에서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설치돼 법무부의 지휘, 감독도 받지 않음으로써 아무런 통제와 견제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현행 법안에서 공수처는 수사관과 영장청구권,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직접 기소권도 갖게 된다.

아울러 박 대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과 당시 특별감찰관이던 이석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2013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은희 의원 등 정치적 사건을 수사하고 이를 이용해 정계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 수사와 기소는 준사법행위이면서 권익침해적 권력작용이라 그 담당기관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 각부 소속으로 해야 하지만 공수처를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아무 견제도 없는 독립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이렇다보니 헌법적 근거없이 독립기관으로 설치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기속력있는 행위를 할 수 없고 시민단체처럼 권고적 기능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박 대표는 “거의 대부분 국가들이 형사사법의 통일성을 위해 기소기관을 검찰로 일원화하고 있고 기소권이 2개 이상 기관에 분리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그나마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검찰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일부 아시아권 영국계, 중국계 도시국가 중심으로 기소권 없는 부패전담 수사기구를 운영할 뿐”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현재 시행 중인 상설 제도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보완하지 않은 채 또다른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은 권력기관 총량만 늘리는 옥상옥에 불과하며 기관 상호간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고 국민 혈세 낭비도 불가피하다”며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한 뒤 활용되지 않고 있는 특별감찰관제를 활용하거나 상설 특검제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부패방지 주무부서인 기존 국민권익위원회 기능에서 과거 부패방지위원회(국가청렴위원회)처럼 부패방지 기능만 분리해 부패행위와 공익침해행위, 부정청탁행위, 이해충돌행위 등 신고와 조사, 공직자 재산 등록과 심사 등을 담당하는 이른바 부패방지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이 타당해 보인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또 “부패방지 대상이 되는 공직자도 일정한 신분, 즉 고위 공직자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통적 공직분야 외에도 널리 사적영역에서도 공익침해와 같은 행위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공수처 도입 등 부패방지를 위한 특별수사기관 설치 문제는 `수사대상자를 직급에 따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논의할 게 아니라 모범사례인 홍콩, 싱가포르처럼 `어떤 범죄를 수사대상으로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령 공수처 설치법안을 받아들일 경우에도 공수처장 임명방식을 지금보다 더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공수처장 후보자 2명을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제1야당에서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도 “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이 될 순 없다”며 현행 패스트트랙 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검찰 개혁은 검찰 인사권의 독립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지금 같은 인사구조 하에서 검찰은 정치권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를 신설해 검찰의) 수사권을 분산하겠다면 영장신청권을 검사에게 주고 있는 헌법 하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합리적 방법인지 고심해야 한다”며 “기소권 독점을 비판만 하지 말고 기소법정주의를 비롯해 기소대배심제도 등 참고할 만한 제도가 있으며 모두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만약 정부 여당이 공수처 설치만이 검찰 개혁의 답이라고 생각한다면 공수처의 법적 지위를 최대한 독립화해 대통령이나 국회가 관여할 수 없도록 해야할 것이고 그 권한의 범위는 검찰권을 고려해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국민을 위해서는 국가권력을 축소하는 게 최선”이라며 “비록 수사대상을 고위 공직자에 한정한다 해도 부패와 비리사건은 그 범위를 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공수처와 같은 준사법기관을 설치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오남용을 넘어서 악용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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