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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대통령’ 지명 초읽기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취재진과 만나 “늦어도 이번주 주말까지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등은 전했다. 현직인 제롬 파월(68)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차기 의장은 내년 2월부터 4년간 연준을 이끈다.
정계와 월가에서는 ‘2파전’으로 좁혀졌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이 다소 높은 가운데 라엘 브레이너드(59) 연준 이사가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연준 의장은 중장기 시계의 통화정책 특성상 연속성 측면에서 한 차례 연임이 관례로 여겨졌다. 이로 인해 불과 두세달 전까지만 해도 파월 의장의 연임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근래 들어 브레이너드 이사의 추격 흐름이 만만치 않다.
실제 베팅사이트 프레딕트잇(predictit)을 보면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의 지명 예상치가 6대4 정도로 확 좁혀졌다. 9월 중하순께만 해도 9대1 수준이었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과거 대통령들은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고려해 늦어도 임기 만료 전년 11월 초 차기 의장을 지명했다. 이번 절차는 다소 늦은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뜻이다.
월가가 바라는 시나리오는 파월 의장의 연임에 기울어 있다.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파월 의장이 팬데믹 이후 양적완화(QE)를 통해 유동성을 늘리고 이제 다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시장은 그의 소통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며 “연임될 경우 의장 지명으로 인한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파월 의장은 ‘안전한 카드’다. 바이든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사상 최저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가 지난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1%에 불과했다. 최대 요인이 저소득층의 일상과 직결돼 있는 인플레이션이다. 파월 의장은 근래 인플레이션 위험을 종종 거론하며 “높은 물가가 이어지면 수단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시장 일각에서 파월 의장이 점차 매파(통화 긴축 선호) 색채를 띠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위기에 매우 훌륭하게 대응했다”며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줘 주목받았다.
민주당 외에 공화당 내에서 파월 의장을 지지하는 기류가 강한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인사청문회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브레이너드 이사가 맹추격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판론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건 연준이 국채를 매수해(양적완화) 국민들에게 돈을 뿌리는 효과를 내는 방법과 함께 기준금리를 내리고 은행권 규제를 풀어 기업과 가계가 저렴하게 대출 받아 돈을 쓰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시중 유동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후자다. 민주당 거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파월 연임 불가론’을 외쳐 왔던 건 이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규제를 너무 풀어) 은행 시스템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부에서 현재 사임한 전 연준 은행 감독 부의장 랜달 퀄스의 교체를 일찌감치 요구했던 이유 역시 똑같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지난 5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아케고스 사태에 따른 헤지펀드 위험 선호 우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한 기업 상장 열기 △점차 커지는 가상자산 투자 과열 등을 거론하며 월가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그러면서 “은행권은 경기 하강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가 일부 인사들은 “브레이너드 이사가 슈퍼 비둘기라는 평가가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전 의장인 셸리아 베어는 야후파이낸스 기고에서 “파월 의장은 금융 시스템 규제를 통화정책의 필수 도구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 감독은 중앙은행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