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뭉치 들고 안절부절…카페 주인 기지로 보이스피싱 범인 잡았다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손님이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카페 주인의 기지로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지난달 18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60대 여성 A씨는 매장을 찾은 손님 B씨를 보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30대 여성 B씨는 당황한 표정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B씨는 신발조차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이어가며 만날 장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과거에 비슷한 피해 경험을 했던 A씨는 곧바로 B씨가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A씨는 B씨에게 다가가 메모 등으로 자초지종을 물었고, B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현금 봉투를 보여줬다.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A씨는 B씨에게 “돈은 안 된다. 현금은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라고 말했다.

A씨는 B씨의 통화 상대가 들리지 않게 메모로 “여기로 돈을 받으러 오라고 해라. 내가 밖에 나가 사복 경찰을 보내달라고 얘기하겠다”고 전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 현금 수거책 20대 C씨가 카페에 나타나자 QR코드 등록을 요구하고 주문 메뉴를 소개하는 등 시간을 끌기도 했다. A씨의 도움으로 경찰은 수거책 C씨를 사기 등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A씨가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을 줬다고 판단해 A씨를 ‘피싱지킴이 1호로’ 선정하고 24일 표창장과 신고보상금을 수여했다. ‘피싱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검거에 기여한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으로, 시민 누구나 주위에 관심을 가지면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경찰의 캠페인 프로그램이다.

A씨는 “피해자가 마침 여기에서 통화를 해서 다행이다. 범죄 예방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