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하듯 스스로 움직이는 '똑똑한 소재' 나왔다

UNIST·서울대, 자성 스마트 소재 개발
  • 등록 2020-08-03 오후 12:00:00

    수정 2020-08-03 오후 12:00: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자기장에 반응해 스스로 움직이는 ‘자성 스마트 소재’의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김지윤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권민상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팀이 자화 형태(magnetization pattern)를 바꿀 수 있는 자성 스마트 소재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자화 형태를 재설계할 수 있는 자성 스마트 소재의 구조와 원리.<사진=울산과학기술원>
자성 스마트 소재 제조과정에서 소재 내부에 만들어진 자화 형태를 바꾸기 어렵지만, 연구팀은 낮은 온도에서 녹는 물질을 이용해 한계를 극복했다.

자성 스마트 소재는 내부에 미리 입력된 자화 형태와 외부 자기장 간 상호작용으로 움직인다. 자석에 다른 자석을 갖다 대면 발생하는 인력이나 척력을 이용한다.

자화 형태는 자석 힘의 세기와 N-S극 방향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자성 스마트 소재가 특정한 방향으로 굽혀지거나 접힌다. 자화 형태는 소재 제작과정에서 한 번 고정되면 바꾸기 쉽지 않아 널리 쓰이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온도에 따라 상태가 바뀌는 물질에 주목했다. 개발한 소재는 ‘자석입자’(자성물질)와 고무,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는 ‘상변화 물질(PEG)’을 혼합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알갱이가 고분자 기질에 박혀 있는 구조이다.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상변화 물질인 PEG 때문에 자화 형태를 여러 번 반복해 바꿀 수 있고, 액체가 된 상변화 물질 때문에 자석 입자가 외부 자기장을 이용해 자화 형태를 새롭게 입력할 수 있다. 반면 온도가 상온으로 내려가면 고체가 된 상변화 물질 때문에 자석 입자가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 자화 형태가 고정된다.

연구팀은 개발한 소재로 ‘셀프 종이 접기’가 가능한 구동장치인 자성 소프트 액추에이터도 만들었다. 액추에이터의 자화 형태를 작동 환경에서 재설계하고, 이를 자기장에 노출해 3차원 형태를 다양하게 구현했다. 같은 액추에이터에 반복해 새로운 자화 형태를 입력해도 소재의 성능을 유지했다.

김지윤 교수는 “자성 입자나 고분자 기질의 고유 특성을 바꾸지 않으면서 쉽게 자화 형태 재설계가 가능한 소재를 개발했다”며 “소재는 유연성도 갖춰 의공학, 유연 전기소자, 소프트 로봇 등 가변 구조형 스마트 소재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분야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달 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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