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증시(S&P500 기준)가 15% 가까이 오르는 동안 디즈니는 1% 상승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밥 아이거(Bob Iger)가 화려하게 복귀하며 성장 촉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OTT) 부문에서의 심각한 적자와 경영진 승계 이슈,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정치적·법적 싸움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어서다.
월가 전문가들은 디즈니 펀더멘털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부문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라이트쉐드 파트너스의 리차드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디즈니의 콘텐츠 사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최근 출시된 작품 중 히트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디즈니는 올 겨울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마저 성공하지 못할 경우 올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매출에서 10억 달러를 기록하는 영화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며 “향후 2~3년간 출시를 목표로 이미 개발 단계에 있는 높은 예산의 제작물도 고통스럽지만 과감히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블과 스타워즈 등의 프랜차이즈는 기존의 팬들을 열광하게 했지만 새로운 시리즈나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콘텐츠가 너무 많기 때문에 새로운 팬들에게는 오히려 높은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영화와 스트리밍 흥행 실패로 이미 수익 압박이 시작된 가운데 이러한 추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맞서 만든 스트리밍 사업 부문의 성장을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가입자는 크게 증가했지만 지난해 영업적자가 40억달러에 달했다.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 사업 자체를 철수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지경이다.
그나마 믿었던 테마파크마저
그나마 전체 매출을 이끌었던 테마파크 부문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월가에서도 투자의견 및 목표가 하향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120→110달러)와 루프 캐피탈(125→110달러)이 목표주가를 낮췄고, 키방크는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유지’로 하향 조정했다.
10일(현지시간)웰스파고의 스티븐 카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다음달 9일 공개되는 디즈니의 2023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영진이 타개책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트리밍 및 영화 콘텐츠 부문의 부진과 유선 TV 사업의 시청률 하락에 따른 광고 수입 우려, 테마파크 사업의 기대 이하의 성과, 임금상승에 따른 수익성 우려 등이 디즈니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디즈니에 대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월가 애널리스트는 총 30명으로 이중 20명(66.7%)이 매수(비중확대 및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목표주가는 116.5달러로 이날 종가 88.1달러보다 32.3%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