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31일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와 규제현황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규제 샌드박스 민간 접수기구로 활동하면서 기업의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달까지 지원센터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과제 184건을 전수분석했다. 이중 162건인 88%는 해외에선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불가능했던 사업모델로 조사됐다.
규제 샌드박스로 국내에 적용된 대표적인 사업모델은 비대면 의료다. 미국, 영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사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지만, 한국에선 규제로 인해 사업이 불가능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자동차 강국인 미국, 독일 등에서 차량 소프트웨어를 무선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 서비스(Over-the-Air)’, 자율주행차량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3차원 정밀지도 서비스’ 등이 국내에서도 시작했다. 자차를 타인과 공유하는 차량 P2P(Peer-to-Peer Service) 서비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자가용을 활용해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NEMT(Non Emergency Medical Transportation Service) 서비스도 국내에서 첫 삽을 떴다.
최현종 대한상의 샌드박스지원팀장은 “규제법령이 많고 이해관계자 반대로 신사업 진출이 어려운 모빌리티, 의료 분야에서 사업자들이 규제 특례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신산업이 생겨나고 있는 공유경제 분야에서도 불합리한 규제를 적용받아 샌드박스를 찾은 사례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사업에 나서려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승인과제 184개 중 138개(75%)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신청한 과제였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규제 샌드박스의 역할 강화를 위해 신속한 법령정비와 사업시행 조건 완화,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규제 샌드박스가 신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기업들은 해외보다 강한 규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 혁신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