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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수리를 맡긴 시계는 지난 1961년 김 씨의 증조부가 조부에게 대학교 입학 선물로 사준 제품이다. 이후 김씨의 조부는 손자인 본인에게 물려준 제품이다. 제품의 고유번호를 살펴보면 이 제품은 롤렉스가 1950년대에 출시한 롤렉스 오이스터 빈티지 시계로 추정된다.
김 씨에 따르면 롤렉스코리아 CS센터의 초기 대응부터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았다. 김 씨는 시계 수리를 맡긴 후 2주 뒤 CS센터 측으로부터 시계 문자판이 ‘가품’으로 판정됐다며 시계 수리를 위해서는 최근에 나온 문자판으로 교체해야 하고 70만~100만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김 씨는 스위스 롤렉스 본사 측에 진가품 여부를 문의했다. 김 씨가 본사 측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롤렉스코리아 CS센터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다. CS센터 측은 가품이라고 판단했던 문자판이 사실은 진품이었고 정상적으로 수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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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씨는 CS센터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더 황당했다. CS센터 직원은 “잘못된 수리 방식으로 잉크가 지워졌다고 해도 누가 어떻게 다이얼을 손상시켰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과실 여부를 따지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씨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시계를 받고 나서 애초에 가품 판정을 하고 시계 수리 과정에서 비용을 요구했을 때부터 시계가 이미 손상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간다”며 “사고를 덮기 위해 잉크가 공기 중에 날아갔다는 식의 더 큰 거짓말을 하는 롤렉스코리아의 행동이 과연 스위스 본사에서 제공하는 공식 CS 기조와 부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롤렉스코리아 측은 김씨가 입은 피해 보상과 관련해 손상된 문자판을 현행 부품으로 교체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 씨는 이제 구할 수도 없는 70년 된 시계를 현행 문자판으로 바꿀 경우 조부가 남긴 시계의 원형을 보존하지 못하는 것이라 판단해 롤렉스코리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롤렉스코리아는 위로금 명목으로 현금 500만원을 제공과 함께 ‘비밀 유지 서약서’ 조건을 제시했다가 이내 보상금 대신 시계 다이얼판 뿐만 아니라 시곗줄, 내부 부품을 전부 교환하는 방식으로 500만원 상당의 수리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롤렉스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담당 부서 등에)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하는 중으로 공식 입장을 드리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롤렉스코리아 CS센터 측의 대응에 대해 심각한 ‘소비자 기망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롤렉스코리아 측의 대응은 명품 브랜드로서의 신뢰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 기망 행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 보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랜 역사와 헤리티지 속에서 쌓아온 롤렉스 브랜드의 진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사건”이라며 “롤렉스코리아의 서비스 정신에 대해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