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서 고젝 잡은 타다…모빌리티 코인으로 수수료 없이 고성장

블록체인 기반 모빌리티 회사 '엠블' 우경식 대표 인터뷰
수수료 받지 않으니 택시기사 몰려…택시요금도 상대적 저렴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될 수록 엠블(MVL) 가치 올라가
"타 모빌리티 업체도 엠블 생태계로 끌어들일 것"
  • 등록 2022-09-08 오후 2:18:24

    수정 2022-09-08 오후 7:21:08

우경식 엠블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이지식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코로나19가 우리를 살렸습니다”

7일 서울 강남구 이니식스 본사에서 만난 우경식 엠블랩스(엠블) 대표에게 성장의 비결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이 두문불출하며 사회적 거리를 두게 한 원흉 아닌가. 당연히 라이드헤일링(호출형 차량 공유서비스) 서비스 역시 고난의 행진이었다.

우 대표는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싱가포르도 택시 고객이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였다”며 “중요한 것은 고객이 줄어들면서 그랩과 고젝을 쓰던 택시기사들이 더이상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수수료가 없는 타다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 역시 그랩과 고젝의 서비스가 예전같지 않자 더 저렴한 타다를 사용하게 됐고 타다 안의 수요와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면서 타다가 급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우 대표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타다의 운행횟수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000%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제로로 코로나19·불황을 기회로

타다는 엠블이 싱가포르·캄보디아·베트남 시장에서 제공하는 라이드헤일링 서비스의 이름이다. VCNC가 운영하는 국내 ‘타다’와 업체명, 사업모델이 같지만 그 외엔 관련이 없다. 싱가포르 타다는 택시기사로부터 택시요금에 따른 수수료를 일절 떼지 않는 ‘제로 커미션’을 표방하고 있다. 그랩과 고젝이 한 번 운행할 때마다 떼가는 20~30%의 수수료만큼 택시요금도 낮출 수 있다.

그럼 엠블은 어디서 돈을 벌까. 우 대표는 “커미션은 제로이지만 타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운행 1번당 60싱가포르센트(S¢) 정도의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운행수수료와 소프트웨어 수수료를 분리해 받는 동남아 모빌리티 플랫폼 관행이 고착화됐기에 할 수 있던 시도다. 600원 남짓되는 돈이지만 네트워크가 커지니 쏠쏠한 알짜 매출원이 됐다. 게다가 수수료를 받는 대신 엄청난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었던 여타 서비스와 달리 제로커미션이라는 확실한 홍보포인트가 있어 마케팅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우 대표는 “고젝이 싱가포르시장에 2018년 말부터 지금까지 쓴 마케팅 비용이 2000억원, 우리는 100억원에 불과하다”며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우리가 유리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싱가포르 서비스 론칭 후 4년만 타다 서비스는 흑자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 수익과 전기차 충전 서비스 수익 등을 합쳐서 내년에는 엠블 전체가 흑자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 생태계와 블록체인 생태계의 결합

엠블이 제로커미션을 내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블록체인에 기반한다. 엠블은 엠블(MVL) 프로토콜에 바탕을 둔 회사다. 엠블(MVL) 프로토콜 위에서 발행한 엠블(MVL) 토큰은 회사의 초기자본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엠블(MVL) 토큰은 리뷰를 남기는 고객에게, 안전·친절운전을 해 좋은 평가를 받은 기사에게 인센티브로서 제공된다. 엠블의 모빌리티 생태계가 구축될수록, 토큰으로서의 엠블(MVL)의 가치도 올라가고 이것이 다시 엠블의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다.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엠블은 모빌리티와 블록체인, 양쪽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다 서비스와 여기에 쓰이는 전기 삼륜차(E-툭툭)를 만드는 ‘어니언 모빌리티’, 이 전기차를 충전하는 스테이션을 제공하는 ‘엠블에너지’ 등이다.

엠블은 또 지금까지는 하나의 자산으로서만 기능했던 엠블(MVL)의 사용처를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엠블이 직접 생산·판매 중인 E-툭툭 형태를 기반으로 DEMO NTF를 만들고 또 이를 활용한 미니게임을 론칭했다. 미니게임에 참여하려면 엠블(MVL)이 필요하고, 게임에서 승리하면 누적된 엠블을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엠블은 타다 서비스나 차량 구매·정비 등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엠블(MVL)로 살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엠블은 장기적으로는 이 생태계를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우 대표는 “동유럽이나 네팔, 파키스탄 등 여타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에서 우리 플랫폼을 가져다가 쓰겠다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 중 제대로 할 수 있는 사업자를 찾아 협업을 하는 것도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나라에 퍼진 모빌리티 회사들을 우리의 블록체인 생태계에 끌어들이면 향후에는 엠블(MVL) 메인넷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화된 시장에서는 혁신 어려워”

엠블은 현재 싱가포르와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곧 태국에서도 사업을 추진한다. 왜 한국은 그의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이 질문에 우 대표는 ‘규제’를 꼽았다.

물론 싱가포르와 캄보디아, 베트남 모두 택시가 라이센스 사업이고 당국의 규제 아래에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시·도지사가 정하기는 기준과 요율의 범위에서 운임이나 요금을 정한 후 검증, 공청회, 심의 등을 받아야 하는 이중삼중의 규제에 묶여있진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리딩사업자가 가격을 눈치를 보면서 올리면 후발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 덕분일까. 타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세 나라 모두 팬데믹 이후에도 택시기사들이 돌아왔다. 우 대표는 “물론 여기도 사람이 몰릴 때는 택시가 안 잡힌다”면서도 “그러나 이처럼 수요가 몰릴 때는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적을 때는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장에서 수요-공급이 조절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화된 시장에서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없고, 독점화된 시장에서는 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한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경식 엠블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이지식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우경식 엠블 대표는

△2008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졸업 △2010년 뉴욕주립대학교 수학과/경제학 졸업 △2011년 콜롬비아 대학교 대학원 통계학 전공 졸업 △2012년 6월 이지식스 창업 △2018년 이지식스 싱가포르 자회사 MVL 파운데이션 설립 △~현재 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에서 타다 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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