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화 창구 열렸지만…반도체 수출 제한 등 갈등 여전

양국, 발리 정상회담 이후 한달만 고위급 만남
대만·北·러시아 등 주요 사안 의견 교환
美 수출 제한 동맹국 확대vs 中 WTO 제소
中 관영지 “美이중적 태도부터 버려야”
  • 등록 2022-12-13 오후 3:43:07

    수정 2022-12-13 오후 8:56:29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한 달 만에 중국에서 고위급 회의를 진행했다. 한동안 단절됐던 양국 간 대화 창구는 다시 열렸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제한 조치가 동맹국으로 확대되고, 중국이 이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한편에선 갈등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사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12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로라 로젠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담당 선임국장이 11~12일 중국을 방문, 허베이성 랑팡에서 셰펑 중국 외교부부장과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의 대화가 솔직하고 실질적이었다면서도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하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수호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초로 예정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들도 함께 논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릭 워터스 국무부 중국·대만 담당 부차관보도 이 자리에 함께 했으며 미국 대표단은 양국 간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 대표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한반도 안보 위협에 대한 의견을 중국 측과 교환하고, 미국에서 부당하게 구금되거나 출국금지 대상이 된 미국 시민들을 본국으로 데려오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양측이 미·중 정상회담 합의 이행, 미·중 관계 가이드라인 협의 추진, 양자 관계에서 대만 등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한 처리,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 등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의사소통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ASML 로고(사진=AFP)
외교는 외교, 경쟁은 경쟁…상반된 분위기

하지만 양국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미국과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양국이 향후 몇 주 안에 관련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새 조치는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장비의 대중 수출 금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지난 10월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억제를 목표로 발표한 대중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제한의 일부다. 미 상무부 발표 이후 미국은 일본·네덜란드 등을 상대로 이들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자체적인 제한 조치를 발표하도록 설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과 네덜란드의 움직임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함께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를 중국이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와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네덜란드 ASML이 세계 4대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WTO의 분쟁해결절차 소송 제기로 대응하고 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WTO 제소에 대해 “합법적 수단을 통해 중국의 우려를 해결하고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방법”이라면서 “미국의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하며 국제 경제 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GT)는 13일 사설을 통해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의 방중을 환영하고 이런 상호작용이 지속되길 희망한다”면서도 “양국 관계를 덜 실용적이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불안과 패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양국 간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대만, 공급망, 인권 문제와 같은 중국의 핵심 이익에 지속적으로 도전한다는 의미였다. GT는 “양국 간 협력을 환영하지만, 중국을 약화·억제하기 위한 ‘협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양국 간 관계를 개선하길 원한다면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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