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쇼크' SK하이닉스 "투자 줄이는 대신, 기술력으로 승부"(종합)

작년 4Q 영업손실 1.7조…2012년 3Q 이후 처음
경기침체發 반도체 수요급감·가격하락 직격탄
올해 투자 규모 50% 줄인다…"추가 감축 없을 듯"
"주력제품 수율 안정화…시장반등 시 턴어라운드"
  • 등록 2023-02-01 오전 11:24:22

    수정 2023-02-01 오전 11:24:22

[이데일리 최영지 김응열 이다원 기자]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한파로 인한 제품 수요 급감의 직격탄을 맞으며 어닝쇼크를 냈다. 1조70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분기 실적이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 계획대로 투자를 줄이는 대신 향후 성장성 높은 서버·PC 시장에서 고성능 제품 개발·판매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10년만에 적자전환…“올해 투자 50% 이상 줄인다”

1일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7조6985억7100만원, 영업손실 1조7011억7700만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가 나온 것은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만이다. 시장 예상보다도 적자 폭이 컸다. 에프앤가이드 추산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조2105억원 수준이었다.

연간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 44조6481억원, 7조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3.5%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성장세는 이어졌으나 하반기부터 반도체 다운턴(불황)이 지속하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회사는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성장성 높은 시장에 집중해 업황 악화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서버·PC 시장을 겨냥해 고용량 D램 제품 공급을 늘리는 한편, 성장세가 커지고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용 DDR5와 HBM 등 제품 판매도 늘렸다.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의 경우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줄고 제품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4분기 회사의 경영실적은 적자 전환했다.

이같은 반도체 수요 절벽에 회사 측은 올해 투자 규모를 2022년 19조원 대비 50% 이상 줄이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한 관계자는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콘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10월 실적발표에서 밝힌 것처럼 올해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해 집행할 계획”이라며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이미 적정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기본적인 투자 계획의 근간이 되는 건 향후 시장 상황의 변동이지만 현재로서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큰 폭의 투자 축소에도 1b나노미터 D램과 238단 낸드 개발과 양산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SK하이닉스)
(자료=SK하이닉스)
“1Q 공급량 조절…‘기술경쟁력 토대’ 고성능 제품 집중”

올해 전망도 밝진 않다. 반도체 불황이 지속하며 1분기에 반도체 업계 전반에 재고가 더욱 쌓일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1분기 제품 출하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업계 전반의 높은 재고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더욱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D램은 전분기 대비 두자릿수, 낸드플래시는 한자릿수 후반으로 줄어든 수준의 출하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메모리 가격이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만큼 가격 탄력성에 따른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올해 수요 성장세는 전년 대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공급업체 대응 노력의 효과가 나타나는 올 1분기 중에 업계 재고수준이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낮아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계는 투자 축소, 감산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공급량이 조절되고 있어 재고가 상반기 중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IT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사용량을 늘리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 수요 역시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최근 인텔이 DDR5가 적용되는 신형 CPU를 출시하고, AI에 기반한 신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당사가 데이터센터용 DDR5와 176단 낸드 기반 기업용 SSD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 반등 시 빠르게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투자 축소 기조에도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 리더십이라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1a나노미터와 176단 주력 제품이 성숙수율에 도달했고 신제품도 수율 안정화를 달성했다”며 “차세대 1b나노미터와 238단 노드 캐펙스는 차질없이 집행해 2024년 시장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1a나노미터 공정의 경우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적용함으로써 원가절감을 이뤘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당사는 EUV(극자외선) 장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해 업계 최고 수준의 EUV 생산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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